앨범/산행일기. 사진

대둔산 산행후기.

달소래 2011. 2. 2. 13:03


어제 오늘 날씨는 살 것 같다. 연일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고 한낮의 기온도 영하이다 보니 영상 1,2도만 되어도 벌써 봄기운이 문턱에 온 것 같으니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다고 하는 지지난 주 일요일.
날씨가 너무 춥다고 하여 예정되었던 광덕산행도 취소했던 날이기에 이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산에 간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을 보니 나만의 생각인 것 같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 차 하나밖에 없다. 50여명의 산꾼들의 발자국 소리가 고요한 대둔산의 정적을 깼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전체 산행 식구는 만차였지만, 우리 일행으로 산에 간 사람은 4명.
산행 수준으로 따지면 엑기스만 선별한 것 같은 인원이었다.

같이 가는 산악회의 신청인원은 많은 회원수답게 토요일이 되니 정원이 초과되는 신청댓글도 달리는데, 아무래도 우리팀들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차 속에 앉으니 더워서 입었던 파카도 벗어버리고 목도리도 할 수가 없다.

옆에 앉은 로맨스님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대둔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니 신선한 차가운 산공기가 폐부를 자극한다. 주변의 쌓인 눈과 나뭇가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산기운을 받아 엔도르핀이 나오는지 기분이 상쾌해 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행할 사람은 차 속에 남으라고 했는데, 남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전원 훌 코스로 산행을 하는 것 같다.

낙조대에서 마천대 가는 길의 칠성봉 8부 능선의 멋진 전경. 한겨울의 푸른 소나무가 말 그대로 독야청청하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태고사로 올라가는 폭 3,4미터의 도로는 사람이나 차량이 많이 다니지않아 눈이 녹지않았다. 50여명이 아이젠을 하고 걸어가는 “뿌드득, 뿌드득” 하는 소리는 마치 군장을 꾸리고 걷는 듯한 둔탁한 소리, 그다지 낭만적으로는 들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연인과 둘이 걸었다면  “뽀드득, 뽀드득”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리로 들렸을텐데…

한 30여분을 걸었을까? 선두의 세 사람, 남자 둘과 하얀모자의 한 여자의 산행 실력 예사롭지가 않다. 산행보폭이 한결같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나와 거리가 생긴다. 처음 쉴 때까지는 선두그룹에 속했지만, 날씨가 더워서인지 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쓴 모자도 벗고 올라갈 지경이었다. 추운 겨울에도 산행을 오는 사람들이라선지 산행수준이 다 초보수준은 벗어난 것 같다.

역광으로 찍은 것인데, 뒷 배경이 환상적이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얼마를 왔을까? 태고사가는 팻말이 보인다. 태고사 앞길에서 좌측 편 길로 들어서니 이제까지 왔던 넓은 자동차 길과는 달리 정말 산행길.
오르는 길이 북쪽이라선지 그늘이 지고 눈도 녹지않아 처녀 같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 놓는 순수한 겨울 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8부 능선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낙조대로 가는 삼거리길이 나온다. 지난번 대둔산에 왔을 때에는 낙조대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않은 듯한 좁은 산길을 100여 미터 가니 탁트인 전망의 낙조대가 나온다. 서해의 나지막한 산들 사이에 떨어지는 해의 사진을 보니 올 여름에 꼭 낙조를 보러 오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몇 장의 인증샷은 필수. 뒷배경이 너무 멀어 사진엔 나타나지 않아 별루지만, 그래도 남는 것은 사진 뿐이니 찍어 둬야지…..

삼선암을 연결한 철계단.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휘청거려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오르지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낙조대를 지나 멀리 보이는 대둔산 정상의 개척탑을 향해 8부능선의 아기자기한 산길을 걸었다. 추위에 아직 녹지않은 하얀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유리조각을 뿌려놓은 듯이 눈이 부시게 빛이 난다.
문득 며칠 전에 세계테마기행에서 엄홍길 대장의 에버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의 트래킹에서 썬그라스를 끼지않은 일행에 설맹으로 실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산이야 나무도 있고, 그늘도 있어 설맹의 위험은 적지만, 나무하나 없는 히말라야에서 햇빛에 비치는 반짝이는 눈은 생각만 해도 눈이 감긴다.

마천대를 오르는 철계단을 지나니 전에 왔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철계단보다 나무로 만든 계단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똑 같은 생각이 든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저 밑 까마득히 구름다리가 보인다. 전에 왔을 때는 눈이 오락가락했던 날이라 안개 때문에 주변 경치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의 화창한 날씨는 환상적인 대둔산 경치를 만끽하게 해준다. 지리산같이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예쁜 산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마천대에 오르기 전의 칠성봉 8부능선의 바위위에 남은 잔설은 지금도 눈에 선한 것 같다.

햇빛에 눈이 반사되어 눈이 반짝거린다. 하얀 눈 위의 나무 그림자가 그림 같아 앵글에 담아보았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그런데, 전에 왔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대둔산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선말기 동학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에 대둔산은 일제에 대한 민중의 항전지 였다는 것이다. “대일역사왜곡시정촉구범국민회의”의 글을 옮겨놓는다.

“대둔산 동학군 최후의 항전지”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 김개남 장군이 체포된 직후 투항을 거부하고 동학 “접주”급 이상의 지도자 25명이 이곳 대둔산 정상으로 피신, 요쇄를 설치하고 일본군과 3개월간에 걸쳐 치열한 항전을 벌이다가 1895년 2월 18일 어린 소년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장렬히 순국하신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동학 접주 김석순 선생은 일본군의 포로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1-2세의 갓난 아이를 안고 절벽으로 투신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1996년 8월 15일 광복절 대일역사왜곡시정촉구범국민회의 의장 박경철)

철계단을 오르고 난 뒤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사진 찍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사진을 보며 대둔산 정상에서 그 옛날 일제에 항거한 동학군들이 밑으로 떨어졌을 것을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삼선암을 연결하는 127계단의 철계단은 한걸음 한걸음 띨 때마다 출렁거려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오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올라가는 일방통행 길인데, 한 떼의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분명 일방통행이고 철계단을 내려가지 말라고 써 놓은 팻말을 본 것 같은데, 문제아들은 어디고 있는 것 같다.
출렁거리는 철계단을 오르면서 밑을 보니 수 십여 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다.

“만일 가다가 계단이 끊어졌을 때 두 손으로 쇠줄을 꼭 잡으면 살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
철계단을 오르고 난 뒤, 마천대를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이곳이 사진찍는 곳이기도 한 것 같다. 일행들과 인증샷도 필수….

장군봉을 좌로 하고 내려오면서 보는 경치도 절경이다. 임금바위를 잇는 금강 구름다리도 역시 사진 찍는 곳인 것 같다. 한국의 구름다리라면 월출산, 청량산, 대둔산의 구름다리가 유명한데, 그 중 월출산의 구름다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가을에 가보면 바위틈의 단풍이 더욱 절경이라고 하는데, 그 때는 사람들이 많아 세 곳 다 사람에 치여 고생을 많이 한다고 한다.
임금바위를 지나 케이블카 승강장 옆길로 내려오니 이제까지의 비탈길 보다 완만해서 좋다.
거의 다 내려왔다 싶었는데, 우측에 떨어질 듯한 바위가 밑에 바위에 걸려있는 모습과 정자가 보인다. 팻말을 보니 동심(童心)바위.

구름다리 뒤로 마천대의 개척탑이 멀리 보이고 그 밑에 붉은 128 철계단이 보인다. 사진을 찍은 만한 절경이 곳곳에 있다. (사진을 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신라 문무왕 때 국사 원효대사가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서 지냈다는 전설 속에 지금도 이곳을 찾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라고 설명 되어있다.
겨울이니 나뭇잎이 떨어져 좀 보이지만, 여름에는 잔 나뭇가지의 잎으로 덮혀 자세히 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오른쪽 바위 끝에 세개의 바위도 무슨 이름이 붙어 있을 것 같이 기묘하게 생겼다. 이름이 없다면 내가라도 지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빨리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차에 오라는 시간까지 1시간 정도가 남았다. 원래의 4사람의 일행과 여기저기 어울려 사진을 찍다 보니 시대영웅님과 멋진놈님과 같이 6명이 의기투합하여 첫번째 음식점에 들어갔다.
인삼튀김과 더덕튀김 안주와 막걸리 한 잔씩을 먹으니 삼만원이다. 오천원씩 멋진 붐바이로 산행마감을 하니 기분도 짱, 어떻게 서울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떨어질 것 만 같은 동심바위. 그 옛날의 원효대사도 생각은 지금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때를 생각하면 물질 문명을 많이 발달 했어도 사고의 차이는 그 때와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을 크게보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차로 오는 시간도 3시 반에 출발을 해 밀리지않고 저녁 6시경에 도착했다. 집으로 그냥 가면 일찍 들어 온다고 쫓겨날 것 같아(?) 제주 통돼지로 기막히게 잘한다는 김치찌개와 두루치기와 소주와 막걸리로 저녁까지 해결했답니다.
그런데, 산 탈 땐 처음부터 끝까지 파카를 입지않았는데,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저녁의 날씨가 추웠는지 파카를 입고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집에 왔답니다. 어떤 사람은 오늘 같은 날씨가 추워 산을 못 간다는 사람도 있는데...

신년 들어 멋진 대둔산의 기를 받아 올해는 뭔가 이룰 것 만 같은 하루였답니다.
(2011년 2월 1일 설날 연휴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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