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봄비에 젖고 싶었는데...

달소래 2009. 11. 25. 17:53


    ** 비에 젖고 싶었는데… **


    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서야 멈춘다.
    봄비는 조금만 내린다는데….

    엊그제 현장에서 일어나 사고로 사무실이 어수선하다.
    아침부터 산재처리로 여직원이 바쁘더니 급기야는 내가 직접 복지공단에 가서 사고경유와 접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만든 서류를 가지고 수원의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서류를 접수 하려하니 산재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허탈한 마음에 비까지 자동차의 앞 유리를 내리치니 마음이 울적하다.

    술 한잔 하고 싶지만, 저녁 6시이니 친구들에게 연락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선약이 되어있다.


    카페번개를 치기에도 너무 늦은 시간이다.
    전화로 연락하자니 오늘 같은 분위기 있는 날,

    약속이 없을 수도 없을테고…

    어차피 오늘은 나 홀로 봄비를 맞아야 할 것 같다.
    이럴 것 같았으면 오전에 “봄비 번개”라도 쳐야 했는데….

    느지막한 저녁 집에 왔다.
    아이들도 약속이 있는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며칠 전 설에 선물로 들어온 한우 갈비를 양념으로 재워놓은 고기가 생각난다.

    거실의 테레비앞에 상을 차려 놓고 갈비를 구으며, 베란다에 박스로 사놓은 소주 한 병을 꺼내 컵에 쭉 부어놓는다.


    밥 한 술 입에 떠넣고,
    반찬 하나 먹고,
    술 한 모금 마시고,
    갈비안주 한 첨 먹으니,
    온 세상이 내 세상이다.
    허긴 삼십 여 평의 공간에 나 밖에 없으니 내 세상일 수 밖에…. ^^

    비록 비오는 날의
    혼자만의 술과의 만남이지만
    술이란 때때로 좋은 친구이다.
    스트레스를 일시에 풀어주기도 하고,
    세상만사의 복잡한 일도 잊게 해주고,
    내일의 재충전을 하게하는 효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에 젖어
    다정한 친구와 술 한 잔을 마시며
    봄비를 노래하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2007년 3월 2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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