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비비빅을 아시나요?

달소래 2009. 4. 15. 18:15

 

출출한 퇴근시간이다.
갑자기 저물어 가는 초가을 저녁을 보고 싶기도 하고,
종일 사무실의 탁한 공기 속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여
사무실을 나왔는데, 걸음은 어느새 슈퍼 앞까지 왔다.

“후후후, 배가 출출해서 그럴까?"
"살을 빼려면 출출하고 배가 고플 때까지 참아야 하는데...”
혼자말로 되 뇌이며 슈퍼를 들어서 휙 둘러봐도 먹을 것이 없다.
속이 출출하다고 빵을 먹자니 살 찌는데 문제가 있고...

아무 생각없이 커다란 아이스박스 속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것은 얼음과자이니 지방도 많지 않을 거야...”
집어 들고 슈퍼의 이쁘장한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격을 묻자니 좀 겸연쩍다.
그래서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아이들이 먹지요?” 하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대답하는 말...
“아니예요? 사장님이 고르신 것은 대부분이 어른들이 먹는 아이스크림 인 걸요?"
"그런 것은 어른들을 위해서 만들 것이랍니다.”

내가 고른 것은 동그란 나무스틱에 옛날의 아이슨케키처럼 생긴 팥으로 된 얼음과자다.
언제부터인가 한 여름 날씨가 더우면 시원한 슈퍼에서 피서도 할 겸,
더위도 식힐 겸 가격도 부담이 없는 사백원이라 먹기 시작했던 얼음과자.
벌써부터 나뿐이 아닌 우리 어른들 사이에 하나의 인기 있는

여름의 피서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니 놀랍기도 하고,
먹는 것에서도 향수를 파고든 예리한 상술에 감탄을 한다.

이것이 바로“비비빅”이란 얼음과자다.
아마도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우리카페에서는 하나도 없으리라고 확신을 한다.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이름부터도 어렵고,
수많은 얼음과자를 선택할 때는 그저 맛과 포장 색깔만으로 상품을 고르기 때문이리라.

어른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아이스케키.
며칠전 관악산에 올라갔을 때다.
산위에 군데군데 아이스케키 장사의 구성진

“아이스케키, 얼음과자~~~”의 소리가 생각난다.
앞으로 가을이 깊어지면 여름보다 아이스크림을 덜 찾겠지만,
아이스케키의 추억은 겨울이 되더라도 우리의 발길을 가끔은 슈퍼로 가게 할지도 모른다.

 

2005년 9월 8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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