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
퇴근 시간 즈음에서 꽃샘 총무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날씨도 꾸리꾸리하니 술 한 잔 하고 싶지 않느냐는 전화다.
“응? 좋지요? 그런데 선약이 있으니 어쩌지?”
오늘 번개가 있는 줄로 알았더니 총무가 바람만 불어넣었다. 그러구 하는 소리가 이번 관악산에 가는데, 꼬리를 안다느냐고 야단친다. 무서운 총무님의 전화에 잽싸게 고리를 달았지만, 나야 번개에 더 관심이 있었다.(^^) 허긴 번개가 있었어도, 일인분에 만팔천원하는 게장백반에 전라도 복분자에 21년산 로얄살루트로 거래처 접대 선약이 있었으니 참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알딸딸한 기분에 집에 도착하여 옷을 벗으려하니 전화가 온다.
“나 철수인데, 광신이가 죽었단다. 여기 영안실인데 내일 시간 있으면 와라..”
순간 머리가 방망이로 얻어맞은 듯 “띵”하다. 2년 전부터 사업에 실패해서 연락도 되지 않던 친구인데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꽃장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대전고 동문회를 등에 업고 많은 돈은 아니지만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인데....
을지로 5가의 홍어집에서 한달에 한번씩 막걸리를 마시며 2차로 당구를 치며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가다니...
그러던 친구가 어느 날 꽃장사를 접고 빚이 있다고 기천만원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하더니 한동안 소식이 없다 오늘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간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죽음의 요인 중 상당부분이 금전에서 오는 복합적인 충격에서 왔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목숨과 바꿀 정도로 중요할까...
자가용을 타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버스를 타고, 걸어다니고, 밥 세끼를 먹던 사람이 두끼로 하루를 지낸다고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까...
아직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일년에 한두 번 가까운 사람들 중에 죽은 사람들을 접할 때마다 나도 이제는 죽음이란 미지의 세계를 겸허하게 받아드리고 싶지만, 헛되이 삶은 포기하기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루 한 끼를 먹으며 하늘은 천정삼아 살아가는 상황 일지라도, 삶이 다하는 날까지 성실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05년 10월 22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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