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내 마음은 20대 인데....

달소래 2009. 3. 10. 00:02

2003년 4월 15일

 

며칠전이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전철을 탔다.
그래도 잘 보이려고
전철 차창에 비친 헝클어진 머리를 가지런히 하려고
손가락을 빗 삼아 양쪽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귀 밑에 흰 머리가 보이네'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무살 남짓한 젊은이가 벌떡 일어서며,
손으로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나는 깜짝 놀라
'어!!! 아니야'라고 하며 얼떨결에 자리에 앉고 말았다.

자리에 앉고 나니 웃음이 난다.
'내가 벌써 이렇게 됐나?'하는 허탈감에 빠진 웃음인지,
양보 받은 것에 대한 어이없는 웃음인지,
아니면 젊은이에 대한 감사의 웃음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모든 것이 컴플렉스된 웃음인지도 모르겠다.

앞에 서있는 젊은이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하다.
젊은이의 얼굴은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듯이 무덤덤하지만,
나는 자꾸만 젊은이의 얼굴 보기가 거북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마음에 편해진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마음을 20대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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