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4일
오늘 점심도 평소와 같이 된장찌개를 시켰다.
세계적인 영양식이 이 음식은 아무리, 아니 매일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맛있게 먹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손자 하나를 데리고 온 할머니 두 분이 옆자리에 앉는다.
손자와 같이 온 할머니지만, 육십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영낙없는 여자는 여자다.
앉자마자 수다를 떠니 말이다.
“이런 일도 있다”면서 이야기를 한다.
무심코 들리는 소리였지만, 따귀를 맞았다는 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곧바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에 호기심도 생기고 무슨 사연인지 궁굼하기도 하여 물어보았다.
“누가 따귀를 맞아요?”
영계가 물으니 반색을 하며 신이 나서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맞벌이 부부가 사는데, 우리 또래의 할머니가 손자를 집에서 보다가 할머니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5바늘을 꼬매는 상처를 입었대요. 나중에 며느리가 들어와 할머니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려 했더니 말도 하기도 전에 며느리가 할머니 따귀를 때려서 ‘너는 말도 안듣고 그러니’ 했더니 또 한번 따귀를 때렸대요. 할머니는 하도 어이가 없고 분해서, 아들이 들어오자 손자 다친 이야기를 하고 며느리가 말도 안듣고 따귀를 때리더란 이야기를 하니, ‘맞을 짓을 했군요’라고 아들이 말해서 ‘네가 아들이냐?’하고 뜬눈으로 그날 저녁을 새우고, ‘혼자 살아야 하겠다‘란 생각을 하고 다음날 복덕방에 가서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을 팔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시가로 5억이라는 소리를 듣고, 3억이라도 2-3일 사이에 팔아달라고 이야기 했대요. 그래서 복덕방에서 3억을 만들어서 할머니에게 주고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고, 할머니는 그날로 몰래 보따리를 싸가지고 그 돈으로 실버촌에 들어갔데요. 나중에 집 팔았다는 것을 아들이 알고 수소문을 해 자기 어머니가 실버촌에 들어간 것을 알고 전셋집이라도 보태달라고 무릎을 꿀고 빌어서 ’나 돈 없다. 나도 살아야겠다‘하고 냉정히 돌려보냈답니다.”
하고 끝을 맺는다.
“그 년놈들 당해도 싸네요?”
체면도 없이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였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흔하지 않겠지만,
얼마 안 있으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공감이 간다.
딸 둘이라는 것이 어쩌면 다행스럽기까지 하지만,
아들 가진 분들 지금부터 홀로서기를 연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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