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공룡능선의 전경.
지지난 주에 수요일 설악산 천불동계곡의 단풍을 구경했지만, 이번에 모임에서 또 설악산을 갈 기회가 있어서 코스를 한계령-대청봉-중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 소공원으로 잡았다.
약 19Km의 거리를 13시간 정도 걸으니 무릎도 아팠고 고생도 많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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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의 일출 |
2시 50분경에 한계령을 출발, 매표소 직원의 말에 의하면 40분 전에 출발했다는 다른 산행 팀을 비롯해 무려 3팀을 추월해 끝청에 도착하니 동이 트려는지 칠흑 같던 하늘도 윤곽이 드러나고, 그 환했던 초승달도 빛을 잃어갔고 대청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청에 도착한 시간이 6시 50분 경, 동쪽 하늘 밑에 낮게 구름이 깔려있고 구름 속으로 사과만한 빨간 해님이 얼굴을 들어낸다. 해가 뜬다며 여기저기에서 카메라를 찍어댄다. 대청에 몇 번을 왔어도 해를 보지 못했는데, 바다의 일출처럼 장엄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산에서의 일출은 수줍은 새악씨처럼 살며시 자태를 들어낸다.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아, 그냥 내려가자는 것을 줄을 서가며 어렵게 사진을 찍고 희운각으로 내려갔다. 아침을 먹고 희운각 산사람에게 소공원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으니 9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지도에 나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다. 도저히 다른 팀들과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허지만, 천불동팀의 산행실력을 생각하면 적어도 13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로 하고 공룡능선을 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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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의 다른 모습 | 공룡의 첫째 봉우리 신선봉에 오르는 60여도의 경사길은 400-500m는 족히 될 것 같다. 봉우리에 오르니 땀이 비 오듯 하고 허벅지가 뻐근함이 느껴져 온다. 팻말을 보고 반 정도의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1시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속도로 가면 마등령까지 3시간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힘이 솟았다. 나중에 걸린 시간을 보니 지도에 표기된 공룡능선 5시간을 3시간 20분 만에 주파를 했다,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룡능선 2/3지점부터 내려오는 길은 무릎이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릎 아대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마등령에서 한참을 쉬어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10시간 이상 되는 산행은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내려오는 길은 3.6km나 되어 무려 2시간 반이나 걸렸다. 돌로 만들어 놓은 층계를 내려오려면 아파오는 무릎 때문에 두개의 스틱으로 아프지 않은 다리로 한발한발 내려와야 했으니 말이다. 돌 계단길을 뛰다시피 하는 젊은 친구들이 부럽다. 나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산은 뛰어서 내려오다시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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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 이정표에서 한 컷 | 계곡 물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비선대까지 400m가 남았다는 팻말이 있어 마지막 걸음을 재촉하는데, 왜 그리도 먼지, 두배는 더 긴 거리인 것 같았다. 비선대 철계단을 들어서니 평지길이라 무릎도 수월하고 살 것만 같다. 비선대에서 일행을 만나 막걸리 한잔을 먹으니 무릎 아픈 것이 싹 가시는 것 같았고 맛이 꿀맛이다.
늦게 내려온 사람들이 있어 버스가 기다리다 보니 출발시간이 늦어지고, 일요일이라 차도 밀려서 집에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일요일 장거리 산행은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어제의 산행으로 인해 약간은 부담스런 컨디션이다.
허지만, 운동후의 상쾌한 컨디션도 느낄 수 있어 좋다.
나른한 행복감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이 맛에 산을 다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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