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황당한 교통사고.

달소래 2012. 3. 16. 11:41

 

 

 

 

 

평택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다.
수원 세권사거리 못미처 한양아파트 옆길 삼거리 신호등의 빨간 불에 정차하고 있었다. 신호등에는 첫 번째 차량이 있고 그 다음에 내 차량이 있는데, 갑자기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갓길로 우회전을 한다.
순간 지나가는 버스가 내차를 치고 간 것 같았다.
“어? 사고를 내고 그냥 뺑소니를 쳐....”
차량번호를 암기해 두었다. (지금은 잊어 버렸지만.... ^^) 어느 정도 차량이 손상을 입었는지 차문을 열고 뒤로 돌아가니, 뒤차에서 후진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젊은 친구가 소리를 친다. 뒤를 돌아보니 뒤차와 추돌을 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가만히 서있던 차가 후진을 하다니…….”
순간 젊은 친구가 뒤에서 박아놓고 덤티기를 씌운다고 생각하니 기가차고, 열이 받는다. 젊은 놈이 강짜를 쓰니 패주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고함을 쳐봐야 목구멍만 아프다.
“내가 웨 이러지???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해주길 바라면 되는데…….”
112에 신고를 했다. 크게 추돌은 하지 않았지만, 젊은 친구가 후진했다고 우겨대는 것이 하도 괘씸해서 버릇을 고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경찰관이 합의가 안 되면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꾸며야 한다고 한다. 수원 남부경찰서에 가고 있는데, 경찰관에게 전화가 온다.
“사람도 다치지 않고, 차량도 손상이 없으니 서로 화해를 하라” 고 한다.
난 후진했다고 우겨대는 황당한 일은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 하고 끝까지 추궁을 하겠다고 열을 올렸다.

경찰서에 가서 사복을 한 사람이 내차의 뒤 밤바를 보고 흠집 난 것을 보더니 후진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난 또 한번 황당해서, 누구냐고 물으니 경찰관이라고 한다.
“어떻게 믿나요? 신분증을 보여줄 수 있어요?” 하고 말했더니 공무원증을 보여준다.
“어쨋튼 난 믿을 수 없으니 우리 보험 현장출동한 사람을 봐야겠다.”고 했다.
조금 후에 내 보험사측의 사람이 왔다. 둘이 한참을 검사하니 내차의 흠집이 상대편의 차량과 위치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돌로 인한 흠집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러니 흠집으로는 판단을 할 수 없다.

혹시 젊은 친구가 술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경찰관에게 음주 측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관 하는 소리가. 아직은 혐의가 없으니 음주 측정 요구를 할 수 없다니???
그럼, 나도 하겠다고 자청을 하니 그제야 측정을 한다. 결과는 두 사람 다 “0”이 나왔다.

경찰관이 두 사람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고, 차도 별로 흠집이 없고, 사람도 다치지 않았으니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좋게 합의를 하세요.”
“나도 그것은 알고 있지만, 사고 현장의 정황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요? 젊은 친구가 후진했다고 박박 우겨다니 열 받지 않을 수가 있나요?”라고 대답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흠집이 크게 보이지 않으니 과학적 수사도 할 수 없고…….
나는 한마디를 하고 제출하려던 진술서를 박박 찢고 나왔다.
“이번은 사고가 경미하니 서로 문제가 없지만, 크게 사고가 났을 때도 이렇게 후진 했다고 우기면 되는 건가요?”
“그 때는 국과수를 의뢰하던지 하면 해결이 됩니다. 경미한 사고니 이해해 주세요.” 라고 한다.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뭔가 찝찝하다. 경미한 사고일 때는 우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도 같고....
그런데, 젊은 친구가 박박 우겨대는데 몇 십분 동안 울화통이 터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염라대왕에게 받은 수명보다 며칠은 빨리 죽을 것 같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혼자 중얼거려 본다.
“열 받지 말고 평상심을 갖자…….”
“웃으면 복도 오고, 오래 산다고 했던가? 나 자신을 위해 웃자...”
“푸하하하“ 차가 떠나가도록 웃어 본다.

 

(2011년 9월 28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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