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아빠는 몰랐어...

달소래 2011. 7. 6. 06:10

 

(1989년도 쯤 되었을까? 혜화동에 살 때다. 어느 일요일 겨울 경복궁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보관을 잘못해 왼쪽 하늘이 손상이 됐다. 지금은 다 컸지만, 가끔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사진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어제 오늘은 바쁘게 돌아갔다.

컴에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핸폰에 오는 문자도 제때제때에 답을 하지못했으니...

문자 보낸 사람들 혼잣말 소리 "문자도 씹어요.... "라는 소리가 귀에 들러오는 것 같다.

오늘도 지방에 갔다 대학동기들 춘계모임이 서울 시청앞의 '남강'에서 있는데, 안산에 일이 6시에 끝나다 보니 가지 못했다. 아마도, 다음에 만나면 욕을 바가지로 할른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조금 일찍 집에 들어와 컴에서 끄적끄적 글 쓸 시간도 생긴 것 같다.

 

오늘은 평소보다 보람이가 좀 늦게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면서 인사도 안하고 곧장 제방에 들어가 혼자 며칠 전에 사온 기타를 반주를 연습한다.

'어제의 심통이 아직 풀리지않은 탓일까?'

실은 어제 술 한잔을 걸치고 집에 들어와 딸아이가 가지고 온 식탁에 있는 초코렛을 먹었다.

보람이는 며칠 전 친구한테서 받았다는 초코렛을 아빠를 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안에 있는 초코렛을 까먹고 나서 바깥 포장지를 접어서 원위치에 놓은면 멋진 퍼즐 장남감이 되요."

그런데, 어제는 집에 들어와 초코렛을 먹으려고 하니 어떻게 꺼내는지 도시 꺼내지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막무가내로 포장을 찌그러트려 속에 있는 초코렛을 먹으려 하니, 이미 먹고 접어놓은 빈껍데기가 있어 초코렛 두어개를 먹는데 빈껍데기 너댓개를 풀어헤쳐야만 했다. 

 

딸아이가 들어와 초코렛을 먹으려고 찌그러진 초코렛 종이상자를 보고 왕짜증을 냈다.

"아빠, 이거 초코렛 먹고 바깥 포장지를 그대로 접어 넣으라고 했잖아...."하고 말하곤,

발을 통통거리면서 한참 동안을 두팔을 얼굴에 고인면서 죽은듯이 식탁의 의자에 앉아있는다. 하는 행동으로 얼굴은 보지않아도 감이 잡힌다.

순간 딸 아이의 행동의 보니 초코렛을 빼먹고 바깥 포장지는 그대로 접어 넣으라고 한 생각이 났다. 술 한 잔 먹고 달콤한 초코렛 먹을 생각에 딸 아이가 한 말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것이다.

"아빠는 초코렛 빼 먹으려고 해도 어떻게 포장을 했는지 빼먹을 수가 없더라...." 

실제로 어제는 무슨 포장을 그렇게 어렵게 했는지 포장박스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보람이가 찌그러진 박스를 보고 신경질을 내고 아쉬워하는 것을 보니 그저 막연한 친구한테서 받은 초코렛이 아닌 것 같았다.

무슨 변명을 하기도 그렇고....

그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만 이렇게 말을 해본다.

"그게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니? 아빠는 몰랐어, 미안해...."

오늘은 시간이 지났으니, 아직 말을 하지안았지만,  한번 말을 건네볼까?  ^^

 

(2011년 4월 6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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