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넘었다.
몇몇 친구들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술 한 잔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샤워를 막 끝내고 거실에 들어오니 큰아이가 나를 놀라게 한다.
“아빠 ! 나 왔어...”
목욕을 하고 있는 사이에 집에 들어 온 것이다.
얼마 만에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뮤지칼에 빠져 뒤 늦게 대학에 들어가 의정부 원룸에서 학교를 다니니 오랜만에 집에 오면 몇 식구 안 되는 집에 분위기가 바뀌어 진다.
식사는 꼬밖꼬밖 챙겨 먹는 지도 물어보고, 학교생활은 어떤지, 교수님은 잘해 주는지, 기타 궁금한 것도 물어보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말을 한다.
“그러면, 아빠가 맛있는 것을 해주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재료를 꺼내고, 물을 넣어 재료를 불리고 불에 안쳐놓는다.
주방에서 조미료를 준비하고 파를 자근자근 썰어서 끓는 음식에 넣고 간을 본다.
좀 싱거운 것 같아 소금을 조금 넣으니 간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한국 음식은 마늘이 들어가야 향긋한 내음이 나는 것,
반 수푼 다진 마늘을 넣으니 감칠맛이 난다.
“오늘은 소래가 왔으니 이것은 아빠가 차려준 만찬이다.”
걸쭉한 것이 맛있게도 보인다.
“떡국은 설날에 먹는 것 아냐?”
“그래도 즉석에서 해먹을 수 있는 것은 라면 보다 더 좋지 않니?”
아빠의 궁색한 변명이지만, 그래도 상에 차려 놓고 먹다 보니 너무 적게 끓인 것 같다.
맛있다며 먹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낀다. 떡국의 국물까지 닥닥 마시는 것을 보니 딸아이가 정말 배가 고팠던가 보다.
간단히 차려먹은 떡국이지만, 간만에 모인 우리 가족의 밤늦은 만찬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 먹은 떡국은 몇 만 원짜리 음식보다도 맛이 있고 뜻 깊은 만찬이었다.
2005년 12월 24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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