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후기 쓴 덤티기.(청계산)

달소래 2009. 4. 15. 18:03


지난 일요일 이다.
핸드폰 메시지를 받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산행 모임인 청계산에 갔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고정 멤버들이 그날따라 일이 있어 참석을 하지않고 집결지에서 만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두사람, 그리고 나중에 만난 친구를 포함해서 세사람이 산행을 했다.
이번 주 우리 카페에서 갈 청계산이지만, 몇번을 와 봤어도 계곡에 그렇게 많은 물을 본 것은 처음이고 이름 그대로의 淸溪山에 빠져 동창회 홈에 산행후기를 올렸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화요일 퇴근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야! 나 재성인데, 너 홈페이지에 내 이름 올렸다메?”
“그래, 산행 고정멤버들이 참가 안한 이유를 적었는데, 왜???”
“너, 임마. 내가 술 주정뱅이냐? 그 글 당장 지워라.”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다. 굉장히 기분이 나빠서 전화를 걸은 것 같다.
“왜 그래? 뭐, 글 잘못 쓴 것 있니?”
“어떤 친구 한테서 전화왔는데, 나보고 얼마나 술을 먹었으면 오후 2시에도 못일어나냐고 하던데, 나 그런 놈 아니다. 지금까지 철저히 자기관리 하면서 살았다.”
계속 흥분된 상태에서 조금 더 있으면 욕까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야, 흥분하지말고 이야기 해. 전날 술 먹고 나오기 불편하면 산행에 못 나올 수도 있는데, 무얼 그것 가지고 그래. 어쨋튼 내 글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쓰여있으면, 미안하다. 지금 집에 가고 있는 중이니 그 내용의 글은 지울게..”

집에 도착해서 글의 내용을 보았다.
“…., 재성이는 몸이 불편해서 오지 않았고.(생각컨데, 일요일, 광복절 연휴가 있어 금요일 술 먹고 술병 났을 가능성도 있음. ^^) 흥식이는……”의 글을 보고 다른 친구놈이 재성이가 술먹을 것 같아 전화를 한 것을 재성이는 자기를 술주정뱅이로 보고 전화 하고 난리를 친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는 추측을 한 것 인데, 재성이에게 전화한 그 친구의 의도를 모르겠고, 글도 읽어보지도 않고 흥분해 글을 지우리고 소리친 친구놈도 이해가 안갔다.

글을 지울 땐 지우더라도 정확히 알려주고 글을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성이에게 전화를 걸아 또박또박 내가 쓴 글을 읽어주고,
“이 내용을 보면 절대로 네가 술 때문에 산에 안 왔다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은 추측일 뿐이고, 웃자고 하는 글이었다.” 란 말도 해주었다.

글이란 생각하기에따라 해석도 다양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글을 지우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므로써 일단락을 지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친구의 인간됨을 알 수 있어서 다행스럽운 생각이 든다.
술주정뱅이가 되면 안되겠지만, 술 한잔 먹고 산에 안나올 수도 있는 그런 틈이 있는 사람을 나는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큰 인물은 되고 싶지도 않지만,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의 말을 생각해 본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면 정정당당하게 자기가 먼저 사과하라.
미소를 띠고 악수를 청하면서 일체를 흘려버리고져 하는 사람이 큰 인물이다."

 

(2005년 8월 18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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