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6월 장마비가 시작하던 날이었다.
난 해거름의 어둠 속에서도 몸이 성치도 않은데,
마냥 비를 맞으며 철로길을 혼자 걸은 적이 있다.
한 여름이지만, 반 소매 차림이라 한기가 뻐에까지 스며들었다.
뭔가 미친 사람처럼,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멀리서 서로 닿을 듯한 두개의 철로를 바라보며 걸었다.
빗길을 걷던 며칠 전 그 날도 이렇게 세찬 비가 내렸을 때다.
돼지갈비 집에서 소주잔을 앞에 놓고 몇 잔을 마셨을까?
유리창을 때리는 빗줄기로 밖이 어른거릴 즈음
당신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했었지...
"우리 이제는 젊은 사람들 처럼 쿨하게 헤어져요...."
난 망치를 머리들 얻어 맞은 듯
한동안 그대의 눈망울 만 바라보았지.....
"아니야, 당신은 날 떠날지 몰라도, 난 헤어질 수 없어..."
그리고, 우산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말없이 빗속을 걸었지요...
오늘도 비를 맞으며 생각해 봅니다.
두개의 철로길을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기차를 탔다가
이제는 어느 이름 없는 간이역에 내려
홀로 비오는 철로길을 걷는 심정이랄까....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고 싶지만,
그대의 눈물 맺힌 눈망울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차마 눌렀던 전화기의 마지막 번호를 누르지 못합니다.
먼 훗날,
그 어느 때, 그 어느 장소에서 그대를 마주 친다면
그 땐 우연을 핑계로
필연적인 만남이었다고 할까요??? 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