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전철역 광장에 캐롤이...

달소래 2012. 12. 12. 01:00

 

요사이 며칠 동안 집에서 컴에 잘 들어오지 못했다.

십여년전에 구입한 HP컴퓨터의 모니터까지 고장이 나버렸기때문이다.

사무실에 컴퓨터 기술자가 와 물어봤더니 모니터의 수명은 7-8년을 쓰면 많이 쓴다고 하니 나는 그래도 10여년은 썼으니 많이 쓴 셈이다.

 

오늘 며칠 동안을 검토한 끝에 29인치 모니터를 사려다 23인치 모니터를 구입했다.

인터넷 옥션을 통해서 20여만원을 주고 샀다. 인터넷 결제를 하는데, 2시간은 헤멘 것 같다.

우야튼 새로운 모니터를 용산에서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는데, 기분이 좋다. 새로운 모니터로 화면을 본다고 생각하니 추운 날씨인데도 설레임에 가슴이 훈훈해 온다. 

 

용산에서 전철을 탔다.

퇴근 시간에 사람들의 차림이 두터운 외투와 검은색갈 톤의 파카는 저물어 가는 한해의 져녁 퇴근길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타고 내리는 전철역이 소시민들이 많이 타는 곳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신촌역이나 강남역 같은 젊은이들이 많이 타는 곳이면 그들의 활기찬 웃음 소리와 대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텐데...

 

을씨년스러운 그런 겨울 분위기 속에서 판교역을 내렸다. 

그런데, 역 광장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 놓기 전 부터 따스하고 감미로운 개롤송이 조금씩 들려온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감에 따라 점점 크게 들리고 개찰구를 나오니 판교역 광장에서 7명 정도가 캐롤음악을 색소폰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퇴근하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흔히 듣던 징글벨과 White Christmas를 서로 음색이 다른 색소폰으로 연주를 하니 화음이 어울어져 환상적이라고 나 할까? ^^

 

나도 다른 여느 사람들과 어울려 몇 곡의 캐롤송을 들었다. 추위보다도 훈훈한 선율에 취해 버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온기 하나 없는 추운 역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은 퇴근 길 움츠러드는 소시민들의 가슴 속을 따스하게 녹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전철역 광장에서의 환상을 색소폰 소리, 이런 맛에 전철을 타는지도 모르겠다.(달소래 씀)

'계시판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먹고 온 날.  (0) 2013.01.28
주말 상념...  (0) 2013.01.04
위내시경 검사(판교연세내과)  (0) 2012.12.06
옛 추억 강경을 찾아서...  (0) 2012.10.22
아차산의 새로운 길.  (0) 201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