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행을 하고 난 뒤의 뒤풀이가 너무 찐했나보다. 요즈음 일이 없어 다행이다. 아침에 늦게 출근을 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좀 일찍 퇴근을 했다. 년 말에 술 먹을 건수도 많은데, 목감기가 오려는지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다. 노래방엔 안 갔어야 하는데...
며칠 전 집에 들어가는 길에 조그만 트럭포장마차의 붕어빵집이 생겼다. 퇴근 시간 때 즈음이면 너 댓 사람씩 서서 붕어빵을 사는 것을 봤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스쳐가려다 천원에 3개인 붕어빵을 샀다.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먹으면서 집에 오는데, 맛이 예사롭지 않다. 앙꼬가 많이 들어있어 한 입을 먹자 손가락에 앙꼬가 묻어나올 정도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먹은 이유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어렸을 때 시골 시장에서 풀빵을 먹으면서 겪었던 흔하지 않은 추억을 회상하고는 살며시 웃음을 짓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쯤 되었을까?
난 시골 읍내에 살았기에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곧잘 따라다녔다. 지산동이나 덕지동 변두리에 사는 친구들은 읍내 시장을 구경하려면 4-5Km를 걸어 와야 한다. 시장을 따라가면 맛있는 빵이나 사탕 등 군것질거리도 사주었는데,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는 일이 있다. 한번은 어머니가 시장에서 빵을 사주었다. 그 옛날 먹었던 것이 풀빵인지 국화빵인지 붕어빵인지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 빵을 먹으면서 어머니를 따라가고 있는데, 내 뒤에서 누가 빵을 채틀어 간 것이다. 뒤를 돌아다보니 여름인데도 누더기 긴팔을 입은 시장을 돌아다니는 어른 거지인 일명 채틀이 인 것이다. 나는 갑작스레 빵을 빼앗긴 것이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빵이 아깝기도 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무 소리 안하시고 다시 빵 하나를 사주고 나를 달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오십여 년 전의 이야기니 지금 듣는 사람들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울 때니 먹고 사는 방법도 가지가지란 생각이 든다. 지금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채틀이 거지... ‘아이들을 얼마나 울리면서 주린 배를 채웠을까?‘ 퇴근길에 먹는 붕어빵의 맛이 더욱 달콤하다. 먹을수록 배가 더욱 출출해 온다. 오늘 저녁은 고기 좀 먹어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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