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이다. 사진의 파일 이름이 2004년 12월 7일로 되어 있으니 맞을 것이다. 여행기간은 2004년 12월 7일 부터 10일까지로 기억된다.
가고시마에서 하루, 한국산에서 하루, 후쿠오카에서 하루를 잤으니 12월 10일 까지 여행을 했으리라. 실은 여행이 아니라 자동차 폐차고철을 수입하러 일본에 갔었다. 대만 사람이 중간에서 소개를 해서 일본에 갔는데 그 사람은 철강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가기때문에 일본어도 제법 잘 했다. 나의 일본어 실력은 그저 인사나 할 정도이고 글을 읽을 정도였다. 마침 고철 수출을 하는 일본 사람이 영어를 잘해 영어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도공 심수관 도예관의 집안에서.>
갈 때는 비행기로 갔고 올 때는 배로 왔는데, 겸사겸사 가고시마 국립공원을 갈려고 옷을 잠퍼를 입고 갔기때문인지 공항에서 세관원한테 시달림을 당했다. 비행기 티켓도 편도이다 보니 세관원은 내가 밀입국이라도 할 것 같은지 입국검사에서 사무실로 끌고가더니 꼬치꼬치 방문목적과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물었다. 나는 갑작스레 당한 일인지라 거래처의 전화번호를 어디에 적어 놓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후에야 세관원에 알려주었더니 직접 일본의 거래처인 초청인과 통화를 하고서야 입국을 시켜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일본에 처음 들어오고 일본어도 능숙치 않아 세관원이 초청인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의 세관원의 행동으로는 내가 밀입국이라도 할 것으로 생각을 해 연락이 안되면 추방을 시킬 것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가고시마 소주공장. 몇백년 동안 누룩으로 전통소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전통 소주를 만드는 과정>

<가고시마 먹은 콩발효 음식을 먹었던 음식점. 전통음식점인 듯 하다.>
외국에 갔을 때 언어도 잘 통하지않고 지리도 익숙치 못한 상황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1995년 쯤으로 기억된다. 한중국교 수립 후 얼마되지않아서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중국에 무역일을 알아보려고 미리 가 있던 친구인 지상호 일행을 상해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중에 비행기로 상해에 도착했을 때이다.
말도 통하지않고 지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상해에 내려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기사가 가는 곳을 찾지 못하고 1시간여를 헤멘적인 있었다. 택시를 탈때 환전을 하는 삐끼도 같이 탔는데, 택시안에서 내키지 않는 환전까지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던 적이 있었다.
택시요금을 많이 받으려고 빙빙 돌아 결국에는 친구가 하는 공장 앞에 도착했지만 이곳 일본은 우리보다 선진국에다 기본적인 대화는 되기에 상대적으로 훨씬 여행하기에 수월한 지역이라고 생각을 했다.

<한국산의 카라쿠니장의 팻말>

<한국산의 유일한 숙소. 카라쿠니장의 전경.>

<카라쿠니장에서 나온 저녁 식사. 정갈하고 앙증스럽게 차려졌다.>
하여튼, 세관에서 한바탕의 홍역을 치루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다행이 고속철을 타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의 체계와 비슷하게 되어있고 팻말이 잘 되어있기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가고시마까지 단번에 가는 고속철이 아니고 중간의 어느지점에서 갈아타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었지만, 고속철을 타고 있는 손님들이 다들 일어나길래, 이상하다 생각하고 따라내렸더니 다른 기차로 바꾸어타는 것이었다. 만일 그때 잠깐 잠이라도 잤더라면 큰일났을 뻔 했다.

<저녁이 되니 숙소 근처의 아스팔트 주차장까지 노루들이 내려와 놀고 있다. 전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않는 것 같았다.>

<한국산을 오를 때, 카라구니장 일대를 찍은 사진이다. 한국한을 오르는 길이 잘 돌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카라쿠니장에서 멀지않은 도로에서 한국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가고시마에서 대만 사람인 소개자를 만나 호텔에서 같이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일본의 거래처를 만나 현장을 방문하고 폐차에서 압축고철이 생산되는 과정과 품질 상태를 확인 한 후 점심식하를 했다.
메뉴판을 가지고 오는데, 일본 음식에 대해선 무뇌한인지라 '무슨무슨Rice' 음식을 시켰는데, 이것이 일본 특유의 전통음식인 줄은 몰랐다. 니글니글하고 닉끼하기도 해서 다 먹지는 못했다. 콩을 청국장같이 발효를 시켜 야채와 밥을 넣고 비벼 나오는 음식이었다. 숫가락으로 비빈 밥을 푸면 콩에서 나온 발효물질이 5cm 이상 끈적끈적하게 따라 붙어 올라온다.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주위에 있는 일본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자기네들 만 먹는 건강식이라는 듯이.... ^^

<한국산으로 오르는 덤풀나무 숲. 2m 정도 되는 잡목으로 이루어 졌다. 봄에는 신록으로 아름다울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임진왜란 때 볼모를 잡혀온 도공들이 모여 살았던 곳도 구경하였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이름이 있는 도예촌으로 유명한 심수관도공이 살던 집도 구경을 하였다. 그곳에는 한국의 국기도 일본땅에 휘날리고 있었다.
또 가고시마에서 이름이 있는 소주공장도 가 보았다. 수백년간 누룩을 이용해 소주를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며 소주 만드는 공정을 어러 관광객에서 보여주었다. 우리의 안동소주와 같은 종류였던 것 같다. 나도 금가루가 들어간 40여도가 되는 소주를 하나 구입을 했다.
소주 공장을 보고 나의 스케줄을 묻자 가고시마국립공원을 간다고 하니 일본인 거래처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기도 하였고,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하며 친절히 버스타는 곳까지 바라다 준다.

<한국산을 오르면서 찍은 억새와 화산재로 하얗게 된 동산같은 조그마한 봉우리. 언덕 위에 보이는 연기는 화산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구름이다. 꽃 화산으로 인한 연기같이 보였다.>

<한국산을 오르다가 주변의 봉우리를 찍은 사진이다. 한라산의 오름과는 모양이 좀 다른다. >
버스를 타고 가고시마 국립공원에 있는 '한국산(岳 or 山)'(Mt.Korea)을 갔다.
왜 이산을 가지로 했는지, 누구의 추천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일본인 거래처가 추천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화산 활동이 진행중인 산답게 도로 옆을 조금만 내려가면 수증기가 하얗게 위로 솟아오르고 호텔과 온천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버스를 타고 한국산을 오르는데 주변의 풍경이 우리나라와 너무도 흡사하다. 산에 있는 소나무들과 활엽수가 한국의 나무와 비슷하다.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지않을 정도이다. 구불구불 몇시간을 탄 것 같다. 한국산을 거의 다 올라와 정산 400-500m 전 중턱에 카라쿠니장이란 호텔이 하나있는데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몇분을 걸어야 한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하루 자는 숙박료가 일류호텔에 머무르는 정도의 가격으로 생각이 되었으며 식사비도 비싼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어 땅거미가 질 즈음이다. 밖으로 나오니 공기와 주변환경 아름답다.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니 노루 몇 마리가 사이좋게 풀을 뜯고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관경이다. 가까이 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무서워하지않는 것 같다. 어떤놈은 집주의의 주차장까지 내려와 서성대는 놈들도 있다.

<한국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무에 고정시키고 자동으로 찍었다.>

<한국산에서 본 주변의 봉우리들. 분화구에 물이 차 규모는 작지만, 백두산의 천지와 같은 모습이다. 한번 가보고는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호텔에 들어오니 손님들이 보이질 않는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그것도 외국인인 한국사람......
더듬더듬한 일본말로 호텔의 이곳저곳을 물어보기도 했다. 물론 대답은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저녁상에 나온 일본 음식은 정갈하고 앙증맞다. 고기는 없었던 것 같고 단백질로는 이름 모를 생선, 그리고, 채소류와 나물류가 다 인 것 같다.
하지만, 담백하고 우리의 식문화와는 궁합이 맞아 다 먹어치웠던 것 같다. 주인은 "웬 걸신들린 한국인이 왔느냐"고 흉보았을까? ^^

<후쿠오카 성의 전경. 그저 큰 저택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런데, 한국산의 유래에 대하서는 누구한테 들은 기억이 없는데, 또렷하게 기억이 되는 것은 웬일일까?
아마도 카라쿠니장에서 한국산의 유래에 대한 글을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때 볼모로 잡혀 온 수많은 조선인들과 당시 일본인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들이 고향인 조선땅에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년에 한번 길일을 잡아 주변 지역에 있는 조선인들이 모여 멀리서라도 고국땅을 바라 볼 수 있는 이곳에 올라와 조상들에게 제사도 지내고 향수를 달래던 산이라고 해서 후에 한국산(韓國山, 또는 韓國岳, MT.Korea)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백년이 흘러옴에 따라 이제는 일본인에 동화되었겠지만, 도공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생각하니 일본사람들이 다시 보인다.

<일본의 신사를 정문에서 본 사진.>

<후쿠오카의 신사 건물.>
저녁을 먹고 목욕을 했다. 호텔이 목조 이층집인데 이층에 공중목욕탕이 있어 목욕을 했다.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수증기 속에 이국의 낯선 목욕탕은 지금도 그 분위기가 그려진다. 물도 깨끗하고 목욕탕의 장식도 심플하고 나무로 물을 담아놨는데 마음에 꼭 들었다. 하루의 피로가 말끔이 가시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한국산에 오르고 그 목욕탕을 이용하려고 했더니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그 탕에서 나오라고 손짓을 하며 아래층에 있는 또다른 공중목욕탕을 안내한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린다. 추측해 보건데 어제 이용했던 목욕탕은 여자목욕탕이었던 것 같다. 졸지에 일본에서 아무도 없는 여자목욕탕을 홀로 이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생각나는 지도 모른다. 혹시 여자 손님이라도 있어 옷을 벗고 탕에 들어왔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
이국에서 홀로 자는 호텔방. 더욱이 내일 오를 한국산을 생각하니 옛날 고생했을 조선인 포로들의 생활을 떠올라 한동안 뒤척였던 기억이 난다.

<일본의 절 입구. 한국의 절이 주로 산에 있는 것에 반해 평지에 절이 있다. 우리는 조선시대 숭유배불 정책의 결과 인 것 같다.>

<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아낙네들. 초겨울 인데도 법당까지의 세멘트길을 맨발로 왔다갔다하며 염불을 외우고 기도를 하고 있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한국산을 올랐다. 오르는 길이 2-3m 정도의 이름 모를 덩쿨나무로 주위를 덮고 있었다. 한 2시간여를 걸었을까? 정상에 도착하니 밋밋하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한국이 보인다고 하는데,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볼 수는 없었다.
정상에 오르는 사람이 없다. 한두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평일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다. 후지산과 같이 유명한 산이 아니라 그럴가? 우리나라와는 달리 등산인구가 많지 않은가 보다. 정상에서 한 사람을 보았는데, 조금있다가 내려갔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고 싶어도 말도 잘 통하지않고 자동셀카로도 충분히 나의 사진을 찍을 수 있기때문이다.
정확히 산의 높이는 모르지만, 2000m에 가까운 산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상 근처의 오르는 곳은 화산 흔적이 있고 정상에도 온통 바위와 20cm 미만의 이름 모를 식물들만 눈에 보여 한국의 산야와는 확연히 달랐다.
정상에서 보는 산 경치가 아름답다. 산 아래 정상에는 분화구에 호수가 생겨 백두산의 천지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근처 산의 정상도 화산재와 같은 것으로 하얗게 보이기도 했다.

<노무공원의 오래된 성곽이 초겨울의 고즈넉함을 보여준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없다. >

<노무공원에서 따사로운 초겨울 햇볕에 벤취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 사람 사는 곳은 어디건 비슷한 가 보다.>
산에서 내려와 가고시마 시내로 내려 왔다. 고속철 타는 시간은 많이 남고 배고 고파 역주변의 라면전문집에서 라면을 시켜먹었다. 그저 메뉴판을 보고 손짓으로 하니 말도 안하고 라면을 갖다 주었다. 라면 맛은 조금 짠 것으로 기억되지만 한국의 것과는 매운 맛이 없었다. 그저 먹을만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속철을 타고 후쿠오카에 도착하니 저녁때가 되었다. 간판을 보고 항구 근처의 여관에서 방을 잡고 밤거리를 구경하러 나왔다. 내가 묵은 곳이 번화한 거리가 아닌듯 시내에 나가도 사람들이 없다. 몇몇 젊은 일본인 한테 영어로 길을 물어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내가 발음이 시원찬은지 그 쪽에서 잘 못알아듣는지 의사소통에는 실패한 기억이 난다.

<깔끔하게 정비된 후쿠오카 시내. 보도에는 휴지 한조각이 없다.>
10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한국에 가는 배시간을 알아보니 오후이다. 배표를 사고 남는 시간은 홀로 후쿠오카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관광안내팜프랫이 있어 전철과 가까운 성이나 공원 등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후쿠오카 성도 보았다. 사진에서 보는 오사카성의 굉장히 큰 것으로 봤는데, 후쿠오카 성은 성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저택으로 보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없어 오히려 적막감마저 든다.
노무공원이나 후쿠오카 신사와 절이 볼 것이 있었다. 신사에는 여러가지 의미하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가이드가 없고 그저 혼자 구경했기때문에 역사적인 배경이나 유래를 알 수가 없었다. 또 사진을 보니 생각이 난다. 절에서 본 기도하는 풍경인데, 아주머니 두 사람이 맨발로 법당까지 이어진 세멘트 위를 왔다갔다 걸으며 염불을 외우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노무공원에서 본 모습이지만, 따스한 겨울 햇볕을 받으며 공원의 한 벤치위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를 보았을 때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후쿠오카의 시내는 한적 하고 깨끗했다. 아열대기후에 어울리게 종려나무(?)가 가로수 아담하게 심어져있었고 보도에는 휴지 한 조각이 보이질 않았다. 질투가 나고 얄미울 정도로 주위가 깨끗하게 정비되어있다.

<후쿠오카 항구 터미널. 현대식 건물에 외관도 아름답다.>
배를 타려고 출국수속을 밟는데, 비행기로 입국을 할 때와는 판이하게 의외로 간단하다. 선진국인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후진국인 한국으로 가는 배라 그런지도 모른다. 출입국 수속에서 국가간의 차이를 실감하는 것 같아 씁씁히 배를 탔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