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산행일기. 사진

가을밤 야간 산행.

달소래 2009. 10. 7. 00:50


    가을 밤 산속은 고요하다. 고요하지 못해 부스럭 거리는 미물들의 소리에도 무서움이 앞선다. 일행의 인적 소리도 조용해지고 숲속의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은은한 솔향을 풍기며 코끝에 닿는다. '아. 좋다..." 얼굴에 한껏 웃음을 머금고, 무슨 수식어나 미사여구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계곡의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섭게 소리치던 물줄기도 이젠 땅속으로 숨어버렸나 보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가느다란 물줄기로 바위틈을 지나가리라. 실같은 물이지만, 태초의 속성인 강한 물과 너그러운 바위의 관계는 유지하리라. 능선에 오르니 옆 봉우리가 스카이라인을 타고 선명히 드러난다. 낮에 산을 보는 모습과 또 다른 밝음과 어두움의 조화로 다가온다. 그 바위위에 헤드랜턴을 켠 일행이 내려오는 모습은 스릴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한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듯 하다. 준비 운동도 하지않고 그저 올라가다보니 허리에 통증이 온다. 등을 구부리고 등배운동을 몇번 하니 그제서야 좀 풀어진다. 구름이 낀 날씨라선지 정상인데도 바람이 별로 없다. 두번째 야간 산행이지만, 낮에 익숙한 산이라 내려올 때도 길이 다 보인다. 선두에 도착,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먹고, 옆에서 세수를 하니 온 산이 다 내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번장의 산행 마무리 이야기를 끝으로 야간 산행을 종료하니 오늘은 제대로 체력단련을 한 것 같다. 뒷풀이가 없이 산행을 마친 적은 흔치않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