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난 팩스가 편혀....

달소래 2009. 3. 9. 23:58

2003년 4월 2일

 

나른한 봄날 오후다.
사무실에서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카페에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겠다.

문득 학교 동창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려고 하니 메모가 되어있지 않다.
수첩에도 전화번호가 없고,
동창회 명부를 보려고 하니
며칠전 컴의 OS를 깔면서
저장한 명부가 날라가 버렸으니
하는 수 없이 총무를 찾는 수 밖에 없다

"오랜간만이유?"
특유의 늘어진 목소리로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컴에 동창회 명부가 날아가서 그러니 메일 좀 보내줘라"
"난 메일보다 팩스가 편한디...."
"야!!! 요새 메일로 보지 무슨 팩스냐??"
"그러면, 금방 보내지 못하는디? 난 팩스가 편혀..."

이 말을 듣고 요사이 메일 보내는데
몇시간 걸리는 놈은 너 밖에 없다고 소리쳤지만,
우리 나이 또래에 나처럼 컴을 친구 삼아 갖고 노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 생각하니 이해할 만도 하다.

말한대로 몇분후에 친구한테서 명부가 팩스로 왔다.
이것을 일일이 쳐서 컴에 저장해 넣을 것을 생각하니 한없이 귀찮다.
아무래도 다른 친구한테서 메일로 명부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난 팩스보다 메일이 더 좋은데.....
내가 잘못 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