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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2007.12.29).소림사.장가계.계림. 1일차.

달소래 2019. 6. 22. 11:56

(추억 속의 옛날 여행 글을 올린다.)

1일 째 : 2007년 12월 29일

 

일정 :  인천항 출항.

 

출국장 앞에서 만나 티켓을 받다. 낯익은 출국장을 지나 버스를 타고 자옥란호에 몸을 싣다.

방 배치를 받고 보니 2인용.

1인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의 침실로는 럭숴리하다. 화장실은 물론 욕실까지 딸려있으니 말이다.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간 뒤, 301호인 우리 방에서 선샤인 회장의 여행 스케즐을 듣다. 계림에서 남경으로 오는 비행기가 결항이 되어 하루가 연장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도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이 큰 추가 비용은 없고 가이드 비용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한다는 내용에 모두 이의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회원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 몰려오는 피로를 견디지 못해 포근한 침대에 몸을 맡겼다. 어제부터 감시 기운이 있어 병원에서 약을 지어 왔기 때문인지 선잠을 자며 내내 꿈에 시달려야만 했다. 코피가 나서 휴지로 코를 막았던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잠에서 깨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막기도 했다.

 

그래도 출발하면서 인천항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떠보니 오후 4시 10여분. 1시 반경에 승선하여 방에 잔 시간이 2시 경 이라고 보면 2시간 이상 잠을 잔 셈이 된다. 잠깐 잤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시간이다. 몸이 많이 피곤했던 가 보다.

방이 배의 선두가 보이는 곳이기에 밖을 봤더니 배는 이미 인천 부두를 떠나 인천대교 공사장까지 온 상태다.

그래도 갑판에 나가 보려고 아래 위 층의 갑판 통로를 찾아보니 전부 잠겨 있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5층에 갑판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고 한다. 조금 전에도 열어 봤지만, 문이 세찬 바다 바람에 눌려 굳게 닫혀져 있어 처음엔 열지 못했던 것 이다.

 

갑판에 가보니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 모두 뿌연 잿빛이다. 하늘은 구름으로 덥혀 있어 잿빛이고, 하늘과 바다가 맛 닫는 곳은 잿빛 안개로 뿌였다.

옆에 이양선 한 척이 긴 꼬리의 하얀 바다 포말을 달고 지나 가더니 앞의 큰 배 옆을 돌더니 큰 배의 옆구리에 바싹 다가 선다. 아마도 그 배를 예인 하려는 것 같다.

지금부터는 망망대해의 시작이다.

세찬 겨울 바람에 홀로 갑판을 지킬 이유가 없다. 사랑을 잃어버린 것도 배신을 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다가오는 새해를 알차게 계획하고, 연말을 스트레스를 잊어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난 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뿐, 얼어오는 손과 찬 바람에 수없이 나오는 콧물을 이기지 못해 다시 방으로 들어가 본다.

 

6시경 방송을 한다. 공해 상으로 들어서면 폭풍으로 인해 배가 많이 움직일 것이라 하며 어린이나 노약자들은 주의하고 떨어지기 쉬운 물건은 안전한 곳에 놓으라는 방송이다.

방송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배가 양 옆으로 앞으로 기우는 것이 느껴진다. 더 심하면 멀미까지 갈지 모르지만, 아직은 나에게는 바이킹 정도 타는 기분 같기도 하여 좋다. 최근에 배를 타고 멀미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조금은 걱정이 된다. 왜냐면 멀미 하면 어렸을 때부터 좋지 않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명절에 부여의 고모네 집을 갈 때로 기억이 된다. 그 때만해도 지금의 조용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라 덜컹거리는 비포장 신작로 길을 40여분 미니 버스로 갔다. 물론 지금의 버스와 같이 좋지도 않아 휘발유 냄새와 엔진 냄새 등, 독특한 자동차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사람들도 많고 스피커에는 옛날 도르토의 유행가가 들려오고 있었다. 차를 타면서부터 불안해 했던 어린 나는 도착하기 몇 분전에 참았던 멀미를 나도 모르게 앞에 앉아 있는 아저씨의 바지 가랑이에 실례를 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때 아버지가 차를 타기 전에 엿을 사주어 먹었는데, 그 것까지 몽땅 토해 놓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또한 번은 직장에서 인천의 먼 바다로 바다낚시를 하러 갔을 때다.

전날 술을 많이 먹어 몸의 컨디션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 바다 한 가운데 가서 배를 세워 놓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배가 요동을 치는데 견딜 수가 없었다. 열 사람 정도가 바다낚시를 갔는데, 나를 포함해서 두서너 사람이 멀리를 해 배 속의 모든 것을 토하고 배에 누워있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뒤로 배를 심하게 탄 적도 없었지만, 멀미는 하지 않았다.

 

한국 시간 7시 경 저녁을 먹었다. 중국과는 한 시간의 빠른 시차가 있으니 허기가 날 법도 하다. 이 번까지 네 번째 배를 타고 가는 여행이지만, 배에서의 식사는 항상 맛이 있었다. 한국을 오가는 배이기에 한국사람의 식성에 맞는 식단을 차려서인지도 모른다.

 

식후에 별로 할 일이 없다. 여름 철의 배 여행은 갑판에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는 것도 상쾌한 일이지만, 한겨울 갑판에 나간다는 것은 너무 추울 것 같아 방에서 테레비를 봤다. 한국의 프로도 잘 나온다.

8시쯤 넘어서 일까?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배가 심하게 출렁거림이 느껴진다. 심하게 움직일 때는 벽의 이음새에서 “탁, 탁” 하는 어긋나는 소리도 들린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심한 폭풍이 몰아쳐, “타이타닉과 같은 불운이 닥치면 어쩌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도 해본다.

“운명에 맞기자. 이마 쏘아 놓은 살이요, 업 지러진 물인 걸…. 후후후”

혼자 체념도 해보고,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란 말을 상기해 본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 티브이를 보는 것…,”

재미있는 상상을 나래를 펴 보며, KBS의 “차마고도”를 보며 배속에서의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