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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석의 미혼모(필리핀 기행)

달소래 2009. 3. 10. 15:10

2004년 3월 15일

 

이곳은 마닐라의 한 복판 마가티 시티,
최첨단의 차량과 19세기의 지프니 차량이 뒤엉켜 돌아가고,
번화가 사거리에 신호등은 있어도 유명무실한 교통질서에,
거의 알몸의 팔등신들과 뒤룩뒤룩 살찐 비만의 여인이 있는가 하면,
먹지 못해서 피골이 상접한 열다섯의 미혼모가
젖이 안나와 못 먹어서인지 깡마른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현장이 이곳의 대낮의 현장이다.

며칠 전이다.
오후에 시간이 있어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먹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한 일행이 구걸하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아이(어머니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에게 무어라고 말하더니 카페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간다.
그러더니 돈을 건네주고 다시 돌아온다.
다시 앉아서 하는 소리...
"우리는 어린아이를 보면 마음이 약해서...."
하면 20페소(원화 500 정도 됨)를 주고 왔다고 한다.
"저런 애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애를 낳고 이곳에 온 애들입니다."
"한국 사람에게 유난히 구걸을 하지요"
라고 부연 설명까지 한다.
카페를 나가면서 또 우리에게 구걸을 해서 나이을 물어보았더니 열다섯이란다.
또 다시 20페소를 주었지만, 웬지 마음이 아프다.

저녁 때가 되니 호텔근처는 또 다른 세계로 변한다.
껌을 파는 아이들과 장미꽃을 들고 외국인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꽃을 파는 아가씨들의 세계로 변한다.
장미 한송이에 20페소, 세송이에는 50페소....
가끔, 그저 하나씩 사주지만 그 들에게는 큰 수입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저녁 그 미혼모 아이가 어디서 자는지 궁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