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내복 이야기.

달소래 2009. 3. 10. 14:31

2004년 1월 17일

 

오늘은 사는 이야기 방에 글도 없다.
토요일 이라서 우리방님들 바쁜가 보다.
어쨋튼 좋은 현상입니다.
우리들 나이에 무슨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축하해 줄 일이지요....

며칠 전, 을지로 4가에서 친구들과 같이 술을 먹었다.
홍어찜에다 누룩냄새가 나는 오리지날 농주....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막걸리 받아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양조장에서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시금털털한 냄새와 같이 그러한 맛이 나는 농주,
그 농주를 20대에 막걸리를 먹으면 따라주는 주전자에 담아서 한 주전자에 오천원하는 농주를 마셨다.

후끈한 홍어찜이 몸을 떨면서도 먹는 것은
우리들의 미각이란 오묘한 것이기도 하다.
나도 처음 먹을 때는 꼬리한 그맛에 고개를 젓기도 했지만,
옆의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그저 먹은 음식이기도 했기때문이다.
찜을 먹고 홍어회를 시켰다.
삭힌 맛이 더 진해 막걸리로 희석을 시켜야만 됬다.

네명이서 세 주전가를 먹으니 좌중이 달아오른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내복 이야기가 나왔다.
어렸을 때 지금 쯤이면 내복을 두개 정도는 껴있었다는 이야기...
날씨가 지금은 많이 따뜻해 졌다는 이야기... 등등....
이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한녀석이 말을 한다.
"야!! 너 내복 입었지?"
하며 친구의 바지가랑이를 올려본다.

그 친구는 우리보다 두살 정도가 많다.
얼굴은 나이들어 보지지는 않지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춥게 느껴서인지, 내복을 입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내복을 입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추운 날씨였으니 내가 오기를 부렸는지도 모른다.

내년이 되면 나도 내복을 입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오기로 버티었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
그래도 마음만은 뜨거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