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오늘같은 날.

달소래 2012. 8. 25. 12:32

 

며칠까지만 해도 장맛비가 내려서 날씨가 견딜 만 했는데, 초복 날에는 습기까지 많아 한없이 후덥지근하다.
카페 회원에게 할 이야기도 있어 막걸리 한 잔을 하자고 문자를 날렸더니 아이들 하고 삼계탕을 먹기로 했다고 하며 시간이 안된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좀 일찍 집에 들어와 에레베이터에서 내리니 옆집에서 삼계탕을 하는지 구수한 닭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뉴스에서 초복이라고 들은 소리가 생각난다. 갑자기 나도 삼계탕이 먹고 싶어진다.
다시 에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동네의 마트에 들렀다. 며칠 전에 전단지에 닭 3마리에 만원이라는 홍보 문구가 생각이 나 찾아 봤더니 다 팔렸는지 보이질 않는다.
닭을 먹으려고 마트에 들어왔는데, 그냥 나갈 수는 없는 것...
마트의 정육점 코너에서 닭 값을 물어봤더니 한 마리에 6,900원이란다. 만원에 3개 짜리 보다는 2배의 크기는 될 것 같다. 닭과 같이 끓일 황귀와 마늘도 사니 금방 닭 한 마리를 먹은 듯 마음이 뿌듯하다.

현관문을 열고 다시 들어서니 집에 아무도 없다. 딸아이가 조금 늦을 것 같다. 혼자 다 먹을 수도 없어 딸아이가 언제 집에 오는 지 전화를 해보곤 맥이 빠진다. 내일 들어온다고 한다.
‘딸아이가 보태주는 것은 없어도 더위에 직장 다닌다고 고생하는데,  보신 할 수 있는 삼계탕을 끓어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조그만 빈 방 3칸이 너무도 커 보인다. 환기도 시킬 겸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다 단지 내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외출하는 것이 보인다. 초복이라고 식사라도 하려고 나가는 것 같다.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딱이 할 일도 없어 습관적으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켜 본다.
그런데, 혼자서 밤을 보낸 날이 오늘 만은 아닌데, 왜 이리도 마음이 적적할까?
일찌기 사무실에서 오늘이 복날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누구를 불러서라도 술 한 잔에 저녁이라도 먹었을 텐데....

텔레비전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무언가에 빠져야 하지...”
하고 생각하며 베란다 문과 모든 창문을 꽉꽉 걸어 잠그고 텔레비전을 크게 켜놓고, 기타에 빠져 보기로 했다.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조금이나마 잊어버릴 것도 같기때문이다.
그래도 요사이 지은 집이라 방음이 잘돼서 다행이다. 또한 무언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빠질 수 있는 기타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 (달소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