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부터 사랑이가 아파 오늘 병원에 가보니 잇몸이 부어 염증이 있다고 한다. 허긴 사랑을 할 때도 지났으니 아플리도 없고 사랑이를 뽑아야 한 때 인데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어제 이가 아파 진통제를 먹고 좀 일찍 잤더니 2시경에 깨어 통증이 다시 일어나 타이레놀 2알을 먹고 4시경에 다시 잤더니 선잠을 자서 인지 아침의 컨디션이 좋지않다. 내가 다니는 치과는 나의 이(齒)에 대한 이력에 20여년 있으니 주치읙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오늘 아침으로 예약이 되어 있어 어제 차를 사무실에 두고 전철을 타고 논현역에 갔다. 이수역에서 한 노인이 자리에 앉는데, 거동이 몹시 불편해 보인다. 그 노인을 보니 지난 토요일 산행을 하고 집에 오면서 버스에 내려 전철까지 바라다 주었던 한 노인이 무사히 집에 들어갔는지 궁굼해 진다. 지난 토요일 산행후 뒷풀이는 사람들도 단촐했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저녁 시간 즈음에 내려와 술 보다도 저녁 식사위주로 뒷풀이를 했다. 뒷풀이 장소로는 가격도 저렴한 김치찌게에 막걸리를 푸지게 먹고 안양유원지에서 구로디지탈단지역까지 버스를 탔다.
맨 앞좌석에서 운전기사와 한 노인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 "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중간에 앉은 나로서는 무슨 소리로 대답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인천이라고요?" 기사도 잘 안들린다는 듯이 큰소리로 되묻는다. "인천까지 택시타고 가세요." 할아버지가 전철로 간다는 소리에 운전기사가 생각할 때 전철은 타기 어려우니 택시를 타고 가라는 것 같다. 버스가 구로 디지탈 단지역에 도착했다. 나는 중간에 난 문에서 내려 역쪽으로 가다가 그 노인이 궁굼해 뒤돌아다보니 차의 앞문으로 천천히 땅에 발을 딛는 것이 안스럽다. 가던 길을 되돌아 노인 곁으로 갔다.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손을 내미니 반가운듯이 내 손을 잡으며 가느다란 소리로 대답을 한다. "인천역까지..." 젊은 사람의 따뜻하고 두툼한 손이 아니다. 살가죽이 앙상하게 느껴지고 온기가 없는 차가운 손이다. "그럼, 인천역에는 누가 나오나요?" "조카가 나온다고 했어..." "인천역까지 가려면 구로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일단 저를 따라 오세요. 전철 는 곳까지 바라다 드리지요."
횡단 보도를 건느며 걷는 노인의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허리는 70도까지 굽었고 오른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왼손에는 조그만 보따리까지 들고 깡마른 몸도 지탱하기 힘겨운 듯이 걷고 있다. 아마도 그 보따리 속에는 조카가 좋아하는 그 무엇을 들어있을 것도 같다. 노인의 걸을 걸이가 워낙 늦다보니 건늘목을 건느는 시간이 초과되어 가던 차량을 막아 주어야만 했다. 전철 일층에 도착하여 계단을 앞에 섰다. "가이단 이야?" 노인이 주춤거리며 말을 한다. 조금 망설이다 결심한듯 한손으로 보타라와 지팡이를 집고 또 손으로 난간을 잡는다. 내가 보따리를 들고 한 손을 잡으려고 하니 괜찮다고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앞으로 간다. 그런데, 열계단 정도 가고 그만 서 있는다. "할아버지 힘드세요?" 하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어렵게 1층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 2층 계단을 걸으려고 걸어가는데 앉아서 쉬야겠다고 주저앉는다. 이런 체력으로 인천까지 어떻게 간다고 나섰는지 노인의 용기가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내가 같은 방향이라면 인천역까지 바라다 줄 수도 있지만, 나는 반대방향이니 그럴 수도 없고.... 순간 역무원에게 조언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할아버지를 쉬게 하고 역무실로 갔다. 다행이 젊은 공익요원이 근무를 하고 있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인천까지 가는 노인이니 잘 안내를 부탁한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나이 들면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건강하게 늙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유행했던 말인 “구구팔팔이삼사 일십백천만” 이란 말을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달소래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