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목감기 기운이 있었다. 허지만 약속을 했기에 일요 정기산행을 빠질 수 없어 참석한 것이 화근이었던지 석탄일 아침 목 컨디션이 좋지 않다. 산행이라기보다 하이킹같이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서 주위의 경치를 즐기면서 간 산행이지만, 몸에는 부담이 간 것 같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도 가지도 않고 믿지도 않지만, 특집 프로는 꼭 본다. 연속극은 세상사는 것을 소재로 지지고 볶는 것에 비해 석탄절 특집은 나 자신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프로가 대부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텔레비전에서 하는 조계사의 봉축식을 보면서 습관적으로 핸폰 문자를 본다. 오전 8시 경에 온 문자가 있다. “오늘은 좋은 날 !! 부처님 오신 날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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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가는 건늘목. 사람들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다. | 석탄일 만 되면 무언가 끌리는 것도 있고, 아련한 추억도 있어 절의 연등도 보고 싶었는데 집에서 처박혀 있느니 절의 등구경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11시에 “히말라야에서 부처를 만나다”라는 프로가 있어 시청하고 가도 될 것 같아 오후 2-3경에 간다고 문자를 했다.
“히말라야“하면 설산의 신비로움부터 생각나고 산의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 가보고 싶은 동경의 산이기에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불가에서는 3년의 만행을 해야 중생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옛날 이면 3년 동안 우리나라를 돌아보기도 벅찼겠지만, 지금은 세계를 대상으로 만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영봉 스님도 히말라야 만행을 떠났으리라. 그곳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느낀 것이 있어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세워 봉사를 하는 내용의 다큐멘타리이다. 특히 고승의 최소한의 삶의 도구로 수행하는 모습에서 말하지 않아도 법을 전달하는 침묵의 설법을 배웠고 말보다 하나하나의 행동에서 수행자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판교의 낙생 육교에서 직행을 타니 조계사까지 30분 정도로 별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조계사 앞에 내리니 사람들이 인산인해이다. 텔레비전에서 연등행사 하는 것을 보긴 했어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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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의 대웅전. 사람들이 많아 더 이상은 가기가 싫었다. | 목적지가 조계사는 아니지만, 한국 불교의 총본산이라고 하는 곳이니 한 번 쯤을 둘러봐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대웅전만 보고 돌아섰다. 마치 젊었을 때, 크리스마스이브 날 신자도 아니면서 그저 들뜬 기분으로 명동 성당 근처에 갔을 때 사람들이 바글거렸던 추억이 떠오른다.
조계사 건너편에서 안국선원에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지금은 서울근교에 살지만, 서울 생활 30여년에 이 쪽으로 온 기억을 나지 않는다. 안국선원에 가니 입구에서 반가이 맞아주는 해순님의 말을 따라 4층에 올라가 시주를 하려하니 마침 법회시간인지 사람들이 방석 위에 가부좌하고 법당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향해 앉아 있다. 나도 딱이 다른 곳도 없어 방석을 가지고 와 앉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수불 스님의 법문이었다.
법문을 들으면서 옛날 학교 다닐 때 채플 시간에 교목의 설교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자연스러운 단어의 사용 뿐 아니라 그 깊이가 석탄일 명 법문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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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의 오색 연등 모습. | 여러 가지 말을 들었지만, 오늘 나에게 남는 말은 “마음의 등불을 켜라. 안팎에 불을 켜고 제삼의 곳에도 불을 켜라면서 여운을 남겨준다.” 안팎의 등불을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제삼의 등불은 몽매한 나로서는 지금까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 풀리지 않는 숙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설법을 듣고 내려오면서 뒤에서 언뜻 앞에 가는 얼굴이 본 사람인 것 같다. 확실치 않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는데, 식사를 하려고 밥을 들고 오는데,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나는 우리 카페 회원임을 알아보고 아는 척을 했는데, 상대편은 너무 뜻밖인지 잠시 멍하니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중에서야 여기에 오게 된 과정을 알고 낸 뒤에 여기에 올 리가 없는 사람이라서 놀랐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하고 난 뒤 시주도 해야 할 것 같아 안내를 받았다. 4층 법당에 올라가 조그만 아기 석가모니가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들고 있는 상 옆에 시주를 하고 세 번 절을 한 뒤에 물을 세 번 부어 주었다. 이런 것을 뭐라고 한다는데,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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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 선원에서 시주하고 설법을 듣는 모습. 나도 이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
그런데, 솔직히 시주 금액이 신경이 쓰였다. 만원을 하자니 좀 거시기 하고, 생각 끝에 세 사람을 위해 삼 만원을 하기로 했다. 나와 오늘 만난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세 사람, 하늘에 계신 부모님의 위하여 세 사람이란 뜻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법당에서 절을 하고 차를 준다고 해서 가니 큰 사발에 가득 차를 준다. 성희님은 내가 알지도 모르는 친구 한 사람이 왔다고 하면서 잠깐 인사를 시켜주는데, 상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카페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나도 가물가물 닉이 생각이 날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법당에 들른 후에 내가 차를 마시고 있는 곳에 자리를 같이 했다. 전에 정모에 참석하라고 문자를 한 것까지는 생각나는데, 아직도 닉이 생각나지 않는다. 혹시 핸폰의 주소록을 보면 생각 날 것 같아 훑어보고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김민희님이다. 이름을 대니 상대편도 기억을 하면서 아차산과 정모에 한번 참석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을 만났다.
(길은 것 같아 나누어서 올립니다. 계속...). 달소래 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