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은 만족스러운 산행이다. 뒤풀이에서 술도 알맞게 먹고 이렇게 후기 쓸 시간도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예전의 산행에서 오늘 같은 분위기이면 2차 이상의 뒤풀이로 자정이 지나서 만취되어 집에 왔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산행은 날씨부터 하늘이 축복을 내렸는지 200미리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는 일기에보나 재해통보의 핸드폰 문자에도 불구하고 산타기에 좋은, 아니 오후에는 한때 햇볕까지 살짝 비추었던 좋은 날씨였다. 금요일부터 일요일 비가 많이 온다는 꽃누리의 일기예보 정보에 카페의 공지를 “비가와도 산에는 갑니다.”라는 글을 첨부해 넣고도 내심 ‘정말 비가 많이 오면 어쩌지? 아마도 대, 여섯 사람은 못 올텐데...’ 하였지만, 약속한 사람들은 다 왔으니 카페회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서대문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0분전... 벌써 오이님, 따오기기니마, 가람과뫼님, 등 몇사람이 와 있었다. 속속들이 도착하니 약속시간 전에도 금방 열 댓명이 된다. 강여울님이 10시 5분쯤에 오니 마지막이다. 온다는 사람 20명이 넘는 인원이다. 오늘의 길잡이 하얀손님을 따라 지하도를 나오니 미니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얀손님의 친구인 그레고리님이 일본인들 타는 관광버스를 일시 대여 해 주었다. 앞으로 카페에서 지방 산행 때 이용하기에 딱 알맞은 버스인 것 같았다.
삼천사골에서 비봉 가는 코스는 돈 안 주고 가는 우리들의 단골 개구멍이 소주값을 벌어준다. 되지집에 버스를 파킹해 놓고 국립공원 관리소에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일열 종대로 실례를 했다. 삼천사에서 먼산님과 정선달님을 조우하기 전, 넓은 공터에서 산행에 처음오신 신대방동에서 꽃집을 하신다는 깜찍한 멋진 썬그라스를 쓰신 꽃핀들님과 음악방에서 볼 때보다 이목구비가 선명해서 필리핀의 미인을 보는 듯한 오미리님과 훤칠한 키와 듬직한 체구에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 술을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 기본 적인 곡 팝송 몇 개 정도는 십팔번으로 갖고 있는 오이님의 닉을 소개받고 오늘의 일정과 길잡이를 소개하고 에머랄드탕에 남을 B팀을 정하려고 하니 서로 얼굴만 처다본다. 그리고 안단테님 하는 말. ‘그곳에 가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남을 사람은 남는데, 쪽 팔리게 지금부터 말을 꺼내?’ 라고 한 소리 한다. ‘후후후, 맞아, 안단테님 미안~~~~~~~~~’ 이래서 한바탕 웃었다.
삼천사에서 한 이삼십 분을 걸었을까? 습기가 있는 흐린 날씨라서 땀이 옷을 밴다 싶더니 벌써 우리의 베이스 캠프인 에머랄드탕에 도착을 했다고 한다. 도착한 시간은 12시경, 산에 올라갈 사람을 정하고 나니 밥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의견이 분분하다. 남아있는 B팀 먼저 먹고 A팀은 사모바위까지 갔다와서 나중에 먹는 안(案) 등, 몇 가지가 있었으나 A팀이 빨리 갔다 내려오는 시간에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B팀에 남았다. A팀에 따라가서 정상의 운무(雲舞)를 보고 싶었으나 에머랄드탕의 계곡을 건너오면서 한 쪽 발이 물에 빠져 흠뻑 젖어있었기에 어쩔수없이 남았다. 계곡의 물소리와 시원한 골바람을 쏘이면서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았다. 허지만 30분이 넘으니 지루해 진다. 그래서 남은 사람끼리 과일과 반찬을 안주삼아 술을 먹었다. 내가 가지고 온 솔방울주며 정선달님이 동남아에서 가지고 왔다는 고가의 약주를 주고받으니 나와 무아, 정선달, 안단테, 오이님은 어느덧 얼큰해 온다. 술이 얼큰해지면 나오는 이야기는 사는 이야기. 그중에서 사랑이야기는 약방의 감초. ‘사랑이란 영원한 것인가?‘ 라는 명제(名題)에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라는 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사랑은 청소년기 때는 영원한 줄로 착각하지만, 변할 수도 있고, 대상이 바뀔 수도 있고, 부부의 진정한 사랑도 3년을 지속하지 못한다’라는 의견에 동감하는 것은 우리세대 뿐이 아닌 듯 싶다.
A팀이 돌아온 시간은 오후 1시 30분경. 그러니까 에머랄드탕에서 비봉 정상까지 갔다 온 시간은 거의 정확히 1시간 30분이 걸렸다. 돌아온 사람들의 얼굴이 약간은 상기된 듯 보였다. 하얀손님, 가람과뫼님은 옷을 입을 채 물 속에 들어갔고, 역시 혈기 왕성한 참사랑님은 수영복을 완벽하게 준비한 듯 훌러덩 벗고 물속에 들어갔다. 역시 몸매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행동에도 과감했다.(?)
그래도 제일 즐거운 시간은 점심 시간. A팀은 오후 1시 반까지 열심히 땀을 흘려 배도 고팠기에 더욱 맛있은 점심였고, 상대적으로 B팀은 과일과 반찬으로 속을 채웠지만 여럿이 먹는 푸짐한 점심였기에 정말 배가 뽈록하도록 먹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집에서 먹는 점심 식사보다는 상대가 되지 않는 즐겁고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다. 그럼 난 살 빼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살 찌기위해서 오는 것 인가???? ^^
식사를 끝내고 오던 길이 아닌 국립공원의 돈 내는 관리소를 통해 미니버스가 있는 곳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뒤풀이의 장소인 우리카페의 회원인 한우정님이 경영하는 음식점 ‘한우정’으로 갔다.

한우정 뒤 뜰에 차려놓은 천막이 마음에 든다. 바로 옆에는 노란 호박꽃과 하얀 박꽃이 흐드러저 담벼락을 가리고 있었고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북한산의 연장이다. 메뉴는 걸직한 김치찌개. B팀은 그렇지 않지만, A팀은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소주보다 맥주가 인기다. 뒤풀이만 참가한 사람들까지 헤어리니 참석한 인원이 30명이 넘는 것 같다. 한 잔 두 잔이 들어가니 누군가 한 마디 한다. ‘키타 치며 노래라도 부를 수 없나?’ 나는 주인 한우정님을 찾았다. 그리고 주의 가게에 키타를 구해 달라고 했다. 마침내 한우정님이 키타를 들고 오니 우리의 분의기는 금새 엎 되었다. 우리카페의 가수 김삿갓님의 앵콜 송을 포함해 연이어 두 곡이 불려지고, 계속해서 처음오신 그레고리님, 백호님의 남자들 노래만 부르니, 이에 여성팀에서도 남성팀에 질 세라 샤이님이 십팔번 팝, 'Top of the world'로 화답을 한다. 이후에도 꽃핀들님의 노래와 오이님의 합창도 들어봤다. 이어 안단테님의 포크송 메들리는 산방속의 작은 음악회를 펼치듯 신들린 듯이 움직이는 키타줄 위의 피크 속에서 북한산의 평창동은 우리님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런 모임에서 우리카페의 힘을 보았고, 산과음악의 혼연 일체된 화합을 보았다고나 할까?? 오늘 또한 잊지 못할 카페생활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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