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고돌이" 글을 보고...

달소래 2009. 3. 10. 00:23

2003년 7월 28일

 


'고돌이'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웬 여자가 아침부터 고돌이 타령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설마 화투판에 고돌이는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기때문이다.
역시 고돌이는 이름 뿐이고, 애완견의 이름이니 나도 개에 대해서는 쓸 글이 좀 있어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컴퓨터앞에 앉아 자판기를 두드린다.

나는 개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개한테 물린 경험이 있은 뒤로, 큰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작은 강아지라도 옆을 지나가면서 강아지에 눈을 떼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집에 올 때도 개가 있는 집은 멀리 돌아서 올 정도였다. 어른이 되서도 개에 대한 일종의 공포(?), 아니 과민반응은 유별났다.

하루는 안양 쪽에서 관양동 산림욕장을 통해 등산을 한 적이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오는데, 십오륙미터 전방에 개줄도 없이 강아지가 주인의 둘레를 이리저리 돌며 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순간 신경이 날카로워 유심히 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내게로 달려들며 짓어댄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등산화 신은 신발로 걷아차니 잽싸게 피하고 달아난다.
그걸 본 주인이 허겁지겁 강아지 이름을 불러대며 쫒아간다.
'개줄 좀 매고 다녀요'
'미안합니다. 개가 유별나서...'
이것으로 서로 지나쳤지만 즐겁던 산행이 구겨진 경우가 있었다.

또 한번은 사무실 옆동네의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몇달 전 테니스 레슨을 배울 때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 테니스 레슨을 배우기 위해 워밍엎으로 옆 아파트를 돌고나서 나무 밑 벤치에서 테니스 라켓을 들고 몸을 풀고 있을 때이다. 어떤 아주머니가 개를 데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 역시 개를 주의깊게 보고 있는데, 눈이 마주치자 짖으면서 내게로 달려온다.
순간 워밍엎하던 라켓으로 오는 개새끼를 그저 살짝 가로막았는데 정통으로 맞았는지 '팩' 꼬구라진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깨갱깨갱' 소리내며 주인한테로 달려간다.
그것을 본 여자 주인이 자기 애새끼가 자빠진듯 기겁을 하며 나에게 달려든다.
'개새끼 잡겠네? 왜 때려...'
너무도 격렬하게 항의를 해서 내가 '벙' 뜰 정도였다.
'개줄 매고 다녀야지, 아무나 보고 짖어대??'
이렇게 시작된 말다툼은 개새끼때문에 몇 분 간 서로 언성이 높아졌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생각이 든다.
나보다 몇배나 작은 강아지에 과민반응을 한다는 것이 우습다.

우리방에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는 것을 화제거리로 올리고, 못된 사람보다 오히려 더 충실하게 주인을 따르고 자기를 알아준다고도 한다.
또 사람은 배신을 할 지언정 강아지는 그런일이 절대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같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살아가는 곳에서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상존하듯이
두 부류의 사람들의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개줄을 매고 다니는 조그만한 성의를 보이는 것,
이것으로써 해결이 되지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