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산행일기. 사진

네 아줌마의 산행

달소래 2009. 4. 21. 22:11

네 아줌마의 산행.

 

토요일 먹은 술이 과했나 보다.
토요일 오전,오후에 동문 산행을 하고 불암산 기슭에서 뒤풀이로 서울 막걸리를 마시고 음악모임에서 맥주를 마시니 술이 취할 수 밖에….
역시 막걸리와 맥주는 술궁합이 맞지 않은가 보다.
눈을 뜨니 7시.

관악역에서 삼성산 쪽으로 가는 산행 길을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이다. (크게 보려면 사진을 누르세요)

이른 것 같아 눈을 잠깐 붙인다는 것이 8시다. 청계산 꼬리는 달지않았지만 합류하기는 늦은 것 같고 컴에 들어와 보니 연우님이 홀로 들어와 있다.
연우님은 우리 카페의 오프라인에는 같이 한 적이 없지만 회원정보에 안양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알기에 늦게라도 청계산팀에 합류하려고 쪽지를 넣었다.
‘안녕하세요? 청계산에 안 가시나요? 청계산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불이 나게 세수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받아보니 연우님이다.

경인교대를 뒤로하고 진달래 옆에서 직은 연우님.(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아이가 아파 청계산에 못 간다고 꼬리를 달았는데요?”
‘잉? 나는 가는 줄 알았는데….’
산에 간다고 세수도 하고 준비를 했는데, 그럼 멀리 청계산까지 가지말고 느지막이 관악산에서 산행을 하자고 밀어붙이기도 하고 사정도 하고 구슬리기도 하여 받아낸 것이 11시 관악역의 미팅.
그런데 연우 친구분하고 같이 만나 산행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관악산 아줌마들의 산행은 엮어 졌다.

솔나무 사이로 헤집고 꽃을 피우려고 고개를 쳐든 진달래 꽃이 애초롭기까지 하다.(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관악역에서 나와 시흥대로를 건너 오른쪽 큰길 옆에서 치고 올라가는 코스를 택했다. 완만한 코스에다 막 세상을 나오는 연녹색의 잎파리는 갓난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가락보다 부드러워 보였고 주위의 푸르름은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길도 좋다. 제2전망대 근처의 가파른 돌길을 제외하고는 평탄한 길로 이어지는 길은 오늘의 컨디션으로는 딱 맞는 안성맞춤의 산길이다.
낮은 산길에는 수줍은 처녀마냥 볼그레한 살색 꽃을 활짝 피운 철쪽이 있었고, 중턱에 올라가니 연붉은 진달래꽃이 마지막 정렬을 태우는 것 같아 애초롭게까지 보이기도 했다.

점심 식사 후에 산 벗꽃 옆에서 찍은 연우님.(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제2전만대를 지나 학봉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지고 온 막걸리 한 통을 먹으니 알딸딸하고 일어나기가 싫다. 주위의 싱그런 물결에 취해 누울데라도 있으면 눕고 싶은 심정이다.

옆에 산벗꽃 나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치마를 펄럭이며 많은 벌들과 우리를 유혹한다. 김용택 시인은 산벗꽃을 다르게 표현했지만, 지금은 우리에겐 하얀 드레스를 입을 신데렐라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시인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하얀 산벗꽃을 핸폰에 담고 있는 연우 친구님.(크레보시려면 그림은 눌러주세요)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연우님은 옆에 있는 산벗꽃나무를 촬영하기도 하고, 나는 소나무 가지위로 마지막 꽃망을을 터트린 진달래의 처연한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연우님의 언니가 된다는 한 분이 산행에 합류한다는 전화다.
듣지는 않았지만 전화로 ‘누구누구 하고 있니?’ 라는 내용이였으리라.
“편안한 아줌마 한 사람도 있어…”
졸지에 아줌마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연불암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전화로 ‘술은 할 줄 아니는 사람이니?’라는 전화 물음 이었을 것 같다.
“술은 조금 하는 것 같아” 연우님의 대답이다.
점심을 먹으며 서울 막걸리 한 통도 다 먹지 못하는 것을 봤으니 잘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으리라. 실제 우리 카페에는 나보다 잘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맞는 말일 것 같다.

연우님의 언니라는 분은 산행을 잘하는 것 같다. 잘못하면 우리들을 앞서 지나갈 것 같아 국기봉 쪽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후 산벗꽃 옆에서 직은 연우 친구님.(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길이 좀 헷갈린다. 나로서는 처음 오는 길이라 안내를 할 수는 없어도 국기봉 전 능선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다행이 염불암을 내려다 보는 곳에서 연우님 언니 되는 분을 만났다.
조그마한 키에 군살이 없어 보이는 다부진 몸매이다. 인사를 하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듣던대로 달변에 유모어도 풍부한 재미있고 카리스마가 있는 여인이다.
내려오는 길이 아름답다. 능선길에 진달래와 막 꽃을 피려는 듯 철쭉의 꽃망울이 자태를 뽑내고 있었고 군데군데 하얀 산벗꽃은 녹색을 산에 또 하나의 커다란 꽃이 되어 다가온다.

산행 후의 뒤풀이로 술 한잔은 즐거운 시간.

연불암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연우님 언니와 찍은 사진.(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안양예술공원을 내려오다 자리를 잡았다. 먹다 보니 한 동이에 5,000원을 하는 동동주 3동이를 먹은 것 같다. 술을 못한다는 연우님도 무려 두 잔은 먹은 것 같다.
어제 술을 많이 먹은 것 같은데, 땀을 빼서 그런지 잘도 들어간다. 시원하고 싸르르한 맛이 배만 부르지않다면 한없이 들어갈 것 같다. 옆에 앉은 세사람의 남자들이 소주안주로 먹는 김치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해 맛있게 생겼다고 하니 어떻게 알아듣고 한 사발을 건너준다. 네 아줌가 있다면 합석을 하면 어울리는 바퀴벌레도 될텐데…. ^^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술 한 잔 먹고 뒤풀이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노래방. 왕언니의 노래솜씨는 수준급. 주말에 취미로 산행가이드를 하는 그녀의 남편은 가수급이라나??

뒤풀이는 즐거워…, 세 여인과 동동 주 한잔을 마시면서…(크게 보시려면 사진을 눌러주세요)

산과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한마디로 우리카페에는 딱 어울리는 사람들인 것 같다. 관악역 근처의 노래방인데 노래방기기가 좋아서인지 못 부르는 노래를 세곡이나 불렀다.

청계산의 카페산행에는 참석을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카페에 들어올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