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소래 2009. 4. 16. 12:23
    퇴근 시간이 지난 사무실,
    간혹 팩스 돌아가는 소리에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하고 보면
    아무 필요도 없는 스팸 팩스만이 정적을 깨는 사무실…….
    부가세 내는 오늘, 어렵게 세금을 내고 나니 그래도 한숨은 지난 것 같다.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아 그래도 보너스는 가져가야 할 텐데, 올해는 여의치 못한 것 같다.
    마음도 싱숭생숭한 저녁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지금 지방에 있어 9시 쯤에서야 시간이 난다고 한다.
    집에 가야 반겨줄 사람도 없어 카페에 들어가 이곳저곳에 꼬리를 달기도 하고, 신문을 보다가 중국에서는 춘정 귀향열차에서 ‘성인용 기저귀’ 불티라는 기사를 보고, 그 옛날 나의 귀성열차와 생각해 본다.

    중국의 춘절(설날)은 우리보다도 더욱 극성스러워 20억의(10억이 왕복)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측된다고 한다. 광저우(廣州)에서 북경까지 보통 24시간이 걸리는데, 한번 열차에 타면 사람들이 하도 많아 화장실에 갈 생각을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인용 기저귀가 필수라고 한다. 귀성열차에 오르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어서 열차 표를 살 때에도 인산인해의 인파를 헤치고 하염없이 줄을 지어 기다려야 하고, 표를 사는 도중에도 화장실을 갈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간신히 표를 샀어도 대합실에서 지구장창 기차를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귀성은 전쟁이요 고난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6.70년대 명절 때 시골에 내려가는 것 보다 더 심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 당시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려면 서울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보면, 역무원이 표사러 온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긴 장대를 가지고 휘저으면 맞지 않으려고 머리를 피했던 생각…….
    대합실에 들어서면 빨리 타려고 100미터 달리기 하듯 죽어라 열차를 향해 뛰었던 생각…….
    빨리 타려고 창문이라도 열려져 있으면 그 속으로 들어가고, 간신히 차를 타면 차 안에서는 사람이 하도 많아, 짐을 싣는 선반위에도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화장실은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는데…….

    그때는 명절 며칠 전부터 마음도 설레고, 고생하면서 고향에 내려가면 반겨주는 부모님도 계시고, 유학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고, 반가운 친지들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지만, 지금은 시골에 가야 아무도 없고 그저 산소에 들러 인사를 할 뿐인데 이맘때쯤이면, 마음이 싱숭생숭 하고 뭔가 허전한 것은 아무래도 한 구석에 고향에 대한 회귀 본능이라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이번 설날, 연휴가 적어 교통이 막힌다고 하는데, 고향에 갈까 말까…….

    2006년 1월 25일 달소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