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작은 행복 달소래 2009. 4. 3. 16:02 2005년 8월 10일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비도 오고 날씨도 후덥지근하니 일도 안 되고, 사무실 에어콘을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마냥 틀어놓을 수도 없고....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지만 일찍 버스에 몸을 맡겼다. 시원한 버스다. 50여분을 버스를 타니 나도 모르게 깜박 졸아버렸다. 피곤해서인지, 요즘 계속 잠을 설쳐서인지, 다행이 내가 내리는 몇 정거장 전에 눈을 떴다. 요즈음은 옛날 같지 않게 버스에서 잘 존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가는 징조인가 싶다. 특히 요사인 열대야로 인해 온종일 피곤하기도 하다. 차에서 내리니 비가 서울보다 더 오는 것 같다. 바지가 젖어 종아리까지 시원함을 느낀다. 안양천의 지류가 흙탕물로 가득히 차 흐른다. 다른 곳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그래도 강바람이라선지 한결 시원스럽다. 잠시 다리에 서서 성난 물결을 보다, 수년전에 수해를 당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다. 집에 들어오니 아무도 없다. 큰아이는 기숙사에 가 있고, 작은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간다고 어제 저녁에 가평에 갔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집에 들어올 때 아무도 없을 때가 많지만, 오늘따라 적적한 생각이 든다. 밖에 비 오는 소리가 요란하다. 유리창을 때라는 빗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베란다에 비가 뿌리더라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어 베란다 창을 열어 놓는다. 빗물이야 내일 닦아내면 되리라. ‘유리창엔 비’라는 음악이라도 틀고 싶은 기분이다. 저녁밥을 먹고 테레비를 보니 또 졸음이 엄습해 온다. 핸드폰 벨이 들리는 것 같다. 꿈에서 들리는 걸까? 눈을 떠보니 전화가 온 것이다. 둘째공주한테 온 전화다. “아빠, 보람이야. 거기도 비와?” “응, 여기도 비 많이 온다. 비 조심하고, 계곡에는 가지 말아라?” “알았어요. 그런데, 아빠, 창문 꼭 잠그고 자...” “염려 말아라. 알아서 할게.., 잘 놀다 와라” 둘째아이는 유난히도 겁이 많다. 그리고 정도 많고, 평소에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많다. 비가 많이 오니 집이 걱정이 되서 아빠한테 전화를 한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데.... 집에서 잠을 잘 때도 날씨가 더워서 내가 창문을 열어 놓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창문을 닫곤 한다. 가스관을 타고 도둑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빠가 있으니 도둑이 들어오면 물리칠 수 있다고 해도 믿음이 가질 않는가 보다. 아마도 어렸을 때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둘째아이가 중학교 다닐 때로 기억이 된다. 여름방학 때 단독에 있을 때인데, 열어 놓은 창문으로 도둑이 들어오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쳐서 물리쳤지만 그 때의 충격이 컸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문단속은 철저히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나라도 무척이나 놀랐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딸아이의 기특한 마음에 흐뭇한 웃음을 지어본다. 혼자서 테레비를 보고 있는 나...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자그마한 행복을 느껴본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과 저녁을 먹은 후에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테레비를 보며, 나른한 식권증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작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자기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므로..... 여러분 행복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