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나이 들면 이 세가지가... 달소래 2009. 4. 1. 12:11 2005년 3월 30일. 며칠전 친구를 만났다. 저녁에 술을 한잔 하는 것보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사무실 근처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전화를 했다. “야! 여기 잠실인데, 점심때 시간 있니?” “응. 점심때 와라. 기다릴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이다. 또 우리나이에 월급쟁이로는 잘 나가는 친구 중에 하나이다. 몇 달 전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자회사의 임원으로 발령 났으니 말이다. 우리나이엔 천연기념물이라고나 할까? 강남에도 오랜 만에 나오다 보니 길도 헷갈린다. 꽃샘추위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아마도 영하에 날씨다. 강남역에서 약 6-700미터를 걷는데, 추위에 그야말로 눈물 “찍” 콧물 “찍” 이다. ‘이 나이에 성한 곳이 없으니..., 한심한데???’ 홀로 생각하며 휴지를 코에 갖다대며 알려준 건물을 찾는데 도시 보이질 않는다. 간신히 강남빌딩을 찾으니 다행이도 친구가 로비에 나와 있다. 음식점은 근처의 회집였다. 들어서니 실내장식, 테이블 모두 편안하게 되어있었다. 서울의 변두리 촌놈이 강남에 오니 모든 것이 새롭다. 갈치조림에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1인분이 18,000원 이나 된다. ‘난 사무실에서 4,000원짜리 된장찌개로 때우는데...’ 간만에 강남에 와서 포식한다는 생각이 들으니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나니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조림과 구이의 분량도 적었고 고기도 부실하다. 오히려 내입에 맞는 된장찌개와 몇 가지 반찬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끝내고 곧바로 일어서지 않고 이바고질을 하니 도움이 아줌마가 말한다. “커피나 녹차 드릴까요?” “좋지요. 별도로 다방에 가지 않아도 되겠네?” 우리는 그간의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온 7년 후배가 한 마디 한다. “저야 아직 아리지만, 나이 먹어서 세가지가 구비되어야 외롭지 않다고 하대요?” “첫째는 자식들에게 용돈 줄만한 돈이 있어야하고, 둘째는 집에는 서로의지할 수 있는 마누라가 있어야하고, 셋째는 밖에서 사는 이야기 하며 술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한대요.” 맞는 소리다. 그런데, 그와 같이 구비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른지... IMF보다 더 어렵다고 매스컴에서 떠들던 때가 작년인 것 같은데, 올해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느니,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이 늘어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한다고 또 매스컴이 떠들어댄다. 허지만, 나의 소비나 호주머니 사정은 작년이나 올해나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 경기가 되살아 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의 체감경기, 나의 경제환경은 언제나 개선되려나 생각하니 요원하기만 하다. 셋이서 식사 후에 한담을 늘어놓은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있는 것을 보니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달소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