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전철 속에서 있은 일이다.
실은 당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영화의 제목이 생각이 나지않아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생각이 났다. 서편제라는 영화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치매의 초기증세는 아닌 듯 싶다.
아니..., 일찍 생각이 나지않는 것은 치매 초기증세 인가???
일을 보기 위해서 전철을 탔을 때이다.
러시아워 때가 아닌 사람들이 많지않을 때면
으레 장애자들이나 걸인들이 구걸을 하러 다닐 시간였다.
장애자 같지는 않고 좀 남루해 보이는
60대 후반 정도 됐을 법한 사람이 걸어 들어오더니
‘아리랑’ 민요를 부른다.
목청이 예사롭지 못해 금방 이목이 집중이 되었다.
바지는 며칠 째 빨지 않았는지 때가 쩔었고
구두도 금방 구멍이 날 것 같았지만
그의 구성지고 낭낭한 목소리는
서편제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손님들이 돈을 주면 ‘고맙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잠시 노래를 멈추고 또 다시 노래를 부른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지만, 물어볼 수도 없고… .
순간 아버지와 아들, 눈 먼 딸, 세 가족이
꽃핀 시골길을 걸으면서 ‘아리랑’ 노래를 흥겹게 부르는
서편제의 한 장면을 떠올랐지만,
우울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
지금은 전철 속에서 바구니를 들고 구걸을 하지만
젊었을 때는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도 ‘아리랑’의 소리 가락이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의 미래란 알 수 없는 것.
지금 이순간이 소중하고 고맙기만 했다.
오늘은 날씨도 우중충하다.
술 한 잔 생각이 나는 날이지만,
며칠 전부터 감기 때문에 약을 먹고 있으니 마음 뿐이다.
앞으로 며칠간은 몸조리를 해야 할 것 같다.
(2008년 9월 23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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