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사는 이야기

전철 속의 서편재

달소래 2011. 7. 3. 12:05

 

며칠 전 전철 속에서 있은 일이다. 실은 당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영화의 제목이 생각이 나지않아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생각이 났다. 서편제라는 영화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치매의 초기증세는 아닌 듯 싶다. 아니..., 일찍 생각이 나지않는 것은 치매 초기증세 인가??? 일을 보기 위해서 전철을 탔을 때이다. 러시아워 때가 아닌 사람들이 많지않을 때면 으레 장애자들이나 걸인들이 구걸을 하러 다닐 시간였다. 장애자 같지는 않고 좀 남루해 보이는 60대 후반 정도 됐을 법한 사람이 걸어 들어오더니 ‘아리랑’ 민요를 부른다. 목청이 예사롭지 못해 금방 이목이 집중이 되었다. 바지는 며칠 째 빨지 않았는지 때가 쩔었고 구두도 금방 구멍이 날 것 같았지만 그의 구성지고 낭낭한 목소리는 서편제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손님들이 돈을 주면 ‘고맙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잠시 노래를 멈추고 또 다시 노래를 부른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지만, 물어볼 수도 없고… . 순간 아버지와 아들, 눈 먼 딸, 세 가족이 꽃핀 시골길을 걸으면서 ‘아리랑’ 노래를 흥겹게 부르는 서편제의 한 장면을 떠올랐지만, 우울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 지금은 전철 속에서 바구니를 들고 구걸을 하지만 젊었을 때는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도 ‘아리랑’의 소리 가락이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의 미래란 알 수 없는 것. 지금 이순간이 소중하고 고맙기만 했다. 오늘은 날씨도 우중충하다. 술 한 잔 생각이 나는 날이지만, 며칠 전부터 감기 때문에 약을 먹고 있으니 마음 뿐이다. 앞으로 며칠간은 몸조리를 해야 할 것 같다. (2008년 9월 23일 달소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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